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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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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오전에는 아내와 함께 청성의 밭에가서 보리를 심었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햇살이 너무 뜨겁고 날씨가 무더워서 밭에 갈 엄두를 못냈었는데 지금은 제법 찬기운조차 느끼므로 무척 의미심장하다. 이렇게 날씨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이상하게 받아 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먼저 심은 보리싹이 제법 자랐지만 약으로 쓰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잖았다. 그래서 복합비료을 뿌리고 고랑에 자란 것이 너무 엉성하여 다시 한 번 중복해서 빈 곳을 찾아서 보리씨를 뿌려주고 그 위에 흙을 덥다가 왔다. 어제 갈아 놓은 170평 논에 보리를 심으려고 하던 계획은 다음으로 미뤄야만 할 듯하다. 논에 아직 세워 놓은 경운기가 달랑 놓여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그냥 올 수 밖에 없었다.

   
  팥을 심은 450평 아래 밭에는 고라니가 온통 잎과 줄기를 잘라 먹어서 수확도 얼마되지 않을 것 같았다. 줄기가 댕강 잘라져 있고 이제 영글기 시작한 팥씨가 몇개 열리지도 않았다. 지금은 콩.팥의 맛있는 잎을 따먹지만 그나마 겨울에는 보리싹이 유일한 고라니들의 식량이 될터였다. 다시 고라니가 보리밭에 쑥대밭을 만들어 놓아서 아무래도 농사가 잘 되지 않으리라!

  이렇게 보리를 심는 것이 모두 동물들 차지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보리를 심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나마 빼앗기고 남은 것이나마 수확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170평의 논을 갈아 놓은 옆의 논은 벼가 익어서 누렇다. 오늘은 그렇게 갈아 놓은 논에 보리씨를 심으려고 했었지만 밭으로 와서 20일이 지나서 파르스름하게 싹이 자란 보리밭 사이에 씨를 뿌리고 흙을 덮어 주웠다.

  길게 뻗은 밭에서 좌측편을 끝내고 우측편으로 돌아서자, 새때가 날아와서 나무와 밭에 내려앉는데 멀리서 보았더니 비들기와 그만큼 큰 꼬리가 긴 새들이었다.

  "훠이! 훠~'"

  밭에는 벌써 눈치를 채고 비들기와 꼬리가 긴 새가 날아와서 밭과 주변의 나무에 내려 앉는다. 
  "이 놈들!"

  그렇지만 이렇게 쫒는 것도 지금뿐이었다.

  내일부터는 잔뜩 내려와서 보리밭에 뿌린 씨와 보리싹을 파내어 흙에 묻힌 보리를 빼내 먹을 것이다. 새들은 내가 돌을 던지고 소리를 쳐 보았지만 날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가까이 뛰어 가면서 돌을 던졌더니 못마땅한 듯 뒤를 쳐다보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날아가 버린다. 내일부터는 이제 사람이 없는 것을 알고 계속하여 찾아 들어 보리싹과 이제 뿌린 보리씨를 발가락으로 헤쳐가면서 식사를 즐길 것이다. 이제부터는 저희 밥이라고 즐겨 찾게 되는데 땅쏙에 묻힌 보리싹을 헤쳐 노호 그 중에 속이 통통한 것을 골라서 먹고 나머지는 햇빛에 노출을 하여 실처럼 가들어져서 보리는 타죽게 되는데 이때 흙을 덮어주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 남은 보리싹은 다시 고라니의 잎에서 뜯기게 될테고...

 

  이곳에 고라니는 지난 겨울에도 내가 심은 보리싹을 뜯어 먹고 살아 남았다. 그리고 올 해는 더 많은 개체가 늘어 날 터였다. 그 많은 고라니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나는 보리를 심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청성의 밭에 가서 보리가 나오지 않은 곳에 다시 재차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는 작업을 했다.

원래 계획은 170평 논에 보리 씨앗을 뿌리려고 했었는데 그러지 못한고 밭에서 재벌(재차 씨앗을 뿌리는 것. 역주)만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12시에 출발을 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논에 보리를 파종하는 것은 내일로 미뤄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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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은 논바닥이 이곳에 보리를 파종할 것이다. 어제 갈아 놓은 논바닥이었는데 나는 봄에 보리를 심었다가 모두 말라죽고 이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두 번째 파종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일 밤부터는 다시 비가 온다고 일기예보를 듣고 알았다.

  내일 아침에는 보리를 파종할 생각이다. 그런데,

  '아내는 볼 일이 생겨서 혼자 오지 않을까?' 싶다.

 

470평의 위 밭. 170평 아랫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