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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에서 ...

청성에서... (19)

2014.07.21 17:41

文學 조회 수: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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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짝이 줄 옆에서...-


  사실은 팥을 심어 놓고 주변에 울타리를 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제 와 봤더니 가관이었다.

  팥이 싹이 나오기는 커녕 집중호우가 두 차례 쓸고 지나간 탓에 흙이 떠내려가고 그대로 드러난 곳이 보였으므로 호미로 다시 묻어주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흙이 깍여 내리면서 여기저기 빨간색의 팥이 나 뒹굴고 있었다. 비가 내렸으므로 발아를 하기 위해서는 팥이 불어서 부피를 늘리고 뿌리가 조금 나와 있어야 정상이었지만 그렇지 않고 작고 딱딱했다. 물에 불린 것처럼 부풀어 오르지 않으면 발아가 되지 않았으므로 햇빛에 노출된 팥은 전혀 발아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땅에 묻어 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워낙 많은 곳에 분포가 되어 있었으므로 하루 종일 걸릴 수도 있었다. 울타리(휀스)를 치려고 왔다가 전혀 다른 복병을 만난으므로 하루 전부터 계속하여 팥을 새로 묻는 작업에 돌입할 수 밖에 없었다. 늘 밭에오면 새로운 돌발 변수가 발생하였으며 그러다보면 정작 중요한 문제는 뒤 전으로 물러 났다.

  '아, 해도 해도 한 이 없는 농사일이 아닌가!'

  나는 가장 큰 문제부터 풀어 나가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그것도 한계에 부딪힌다. 왜냐하면 이곳은 너무 멀어서 자주 오지 못하므로 한꺼번에 두 가지 세 가지를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그 분량이 너무 방대하고 많았다. 워낙 능률이 나지 않아서다. 

  이런 경우에는 포기하고 그냥 묻어 둘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경우에는 농사는 가장 최악의 경우 포기하게 된다. 

  

  판이 나온 곳을 찾아 내서 새로 묻는 과정에서 곳곳에서 동물의 발자국과 똥을 보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라니의 출연을 눈 앞에 보는 것처럼 무척 놀랐다.

  이곳은 고라니에게는 자기의 영역이라는 표시로 똥까지 표시를 해 놓았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벗어날 수 없는 노출을 뜻했다. 인간이 재배하는 밭에 활보를 치면서 농사를 망쳐 놓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울타리를 치고, 줄을 띄우고, 소리나는 허수아비를 매달아 놓자! 오늘은 집중호우로 씻겨 내려간 팥을 새로 묻어 주고 내일은 울타리를 쳐야 겠어... 음,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고 새로운 변수가 발생되었으니... 아, 이 노릇이 어찌 작다 할 수 있는가!'

  계속하여 새로운 할 일이 발생하자, 그것에 집중하게 되고 다음 계획은 다시 미뤄 지게 되었다.  가령 이곳 청성의 논과 밭에는 각각 들깨와 팥을 심어 놓았는데 그 뒤부터 계속하여 악재가 시작된 것이나 다를바 없었다.

  '올무를 놓을까? 아니면 덧을... 그것도 아니면 약을 칠까?'

  고라니의 출현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인었다. 그것은 이 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농작물을 심어 놓게되면 언제든지 찾아 올 수 있었다. 그 중에 팥과 콩을 가장 좋아하는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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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움푹 들어간 발자국과 검은 똥. 비가 온 뒤에 땅이 질어서 찍힌 발자국은 영락없는 고라니 발자국이었다. 검은 똥은 토끼똥과 비슷하였지만 그것보다 좀더 컸다. 

 

  나는 작년에 고라니로 인하여 팥 농사를 망쳤었다.

  물론 고라니만이 아니었는데 잡풀로 뒤덥여서 팥은 보이지 않고 온통 풀밭으로 변해 버리긴 했다. 그런 와중에 팥나무는 줄기만 남아 있었다. 잎과 열린 팥깍지는 모두 고라니가 뜯어 먹었기 때문이다. 

  '이럴수가!'

  망연자실하였지만 소용없었다. 팥이 열려 있어야 할 자리에 앙상한 줄기만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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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팥이 싹트기 시작하고 있었지만 빗물에 씻겨 내려가서 붉은 팥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새벽녁에는 이상하게 땅이 축축했다. 이슬이 새벽에 내려서 인듯... -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잠이 오지 않아서 청성에 갔다. 어제에 이어...

  팥이 싹트기 시작하고 있었지만 빗물에 씻겨 내려가서 붉은 팥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새벽녁에는 이상하게 땅이 축축했다. 이슬이 새벽에 내려서 인듯... 이런 새벽녁의 축축한 기온은 습기를 머금어서 밭에 뿌려 댄 것같았다.

  '이상하네! 비온 것도 아닌데.. 땅이 축축한게...'

  사실상 비가 오지 않았는데 새벽녁에 땅이 젖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왜 그토록 식물이 비가 오지 않아도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새벽녁의 서늘한 공기가 만나서 비가 온 것처럼 이슬이 내리게 되는 까닭을 알게 되었다. 이 놀라운 사실을 나는 오늘 새벽에 깨닫게 되다니... 물론 전부터 새벽에 밭에와서 작업을 하다보니 신발과 바지가 축축히 물기에 젖는 것은 알았었다. 하지만 오늘 밭에서 올라오는 기운과 공기가 만나서 마치 비가 온 것처럼 땅이 젖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팥씨를 심어 놓은 곳에서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팥의 새싹이 얼마나 물기를 머금고 축축한 것이 신기했다.

  '네가 물기로 인하여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싹이 돋아 나니 신기하구나!'

  내 마음은 한층 기뻤다. 내가 심어 놓은 팥 씨들이 발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와 함께 아주 작은 다른 씨앗도 마치 바닷가 바위틈에 박혀 있는 따개비처럼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에 풀밭이었던 이곳에 쟁기로 갈아 엎고 그 반대쪽에 누워 있는 긴 풀들도 모두 살아날 것처럼 꿈틀대는 느낌이었다. 엎어진 아래 쪽에서 기세좋게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땅을 호미로 파내면 그 아래 아직도 풀이 밀고 올라올 기세였는데 이것은 매우 좋지 않은 예감을 주웠다. 작년에 그토록 풀로 절어 버렸던 밭의 전경이었다. 때늦게 제초제를 뿌렸지만 이미 소용이 없었다. 팥나무보다 더 커버린 잡초들은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어우러져서 그만 농사를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던 탓이다. 그런데 올 해도 그렇게 되기 전에 풀을 제거하여야만 했다.

  '어떻게 잡초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이 생각이 명제였다. 작년에 실패를 본 이후 많은 방법을 터특했는데 가장 나은 방법은 제초제를 이용하여 가급적이면 초기에 진압하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올 해는 밭을 갈고 팥을 심어 놓은 뒤에 제초제를 뿌려 놓았었다. 그런 탓에 그나마 잡초는 많이 제거된 것 같았지만 다시 새싹이 자라는 것과 제초제에 죽지 않은 누워 있는 풀들과 다시금 신경전을 벌여야만 할 듯하다. 

  밭에 와서 팥이 발아를 시작하는 고랑에 여기저기 싹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냥 방치하면 곧 풀로 뒤덮일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예견해 보면 얼마나 심각할지 눈에 보였다. 

   물론 이길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제초제를 다시 살포하는 게 유리했다. 더 늦기 전에...

 

생각 모음 (202)

농사를 짓는 것.

그것은 잡풀과의 끊임없는 싸움을 뜻했다.

또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아주 최악의 상황에서 너무도 수입이 없는 척박한 농사 일에 육체가 곤육스럽게 바뀌어 가는 것을 뜻했다.

작년의 고배를 올 해는 만회해 보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다.

농사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다시금 팥을 파종한 땅 속에서 풀씨들이 발아를 하였으므로 아죽 작은 잡초가 새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먼너 나와 있던 풀은 비록 쟁기로 엎어져 있었고 새로운 잡초는 여기저기에서 자라기 시작하였으므로 팥의 씨앗과 새순은 아무래도 잡초로 뒤덮여 있는 상태에서 자랄 것이다. 그토록 재초재를 뿌렸었지만 잡초는 근절되지 못하였고 땅 밑에서 물기를 머금은 체 다시 언제든지 자랄 수 있도록 힘을 길러가고 있었다. 새로운 잡초의 씨앗은 융단처럼 자라나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은 언제든지 재현될 조짐을 보였다. 여름철의 뜨거운 태양빛을 받아서 왕성하게 자랄 것이다. 

  아무래도 매일 이렇게 밭에 나와서 재초제를 뿌려 댄들 당해 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게 심은 팥은 매마르고 건조한 땅에서 오히려 발아를 하지 않은 게 더 많았다.

 

470평의 위 밭. 170평 아랫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