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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에서 ...

청성에서... (11)

2014.06.17 18:56

文學 조회 수:578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청성에서 밭에 제조제를 뿌리고 들깨를 기계로 심었는데 땅이 질퍽해서 그만 헛일을 한 듯하다. 뿔처럼 나온 부분에 진흙이 묻어서 막혀 버린 것을 모르고 계속 돌아 다녔었으니까?

 들깨가 전혀 심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늘이 오전까지는 흐려서 그다지 덥지는 않았다.

  그 다음에는 제초제 (농약)을 두 통이나 뿌려서 풀이 난 것을 모두 죽여주워야만 했다.

  농사를 짓는 것은 그야말로 풀과의 전쟁이었다. 풀을 어떻게 해서든지 번식하지 않게 하여야만 했는데 그것이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듯하다.

 

  어쨌튼 풀을 제거하기 위해서 제초제가 불가불한 관계였는데 8,000원 짜리 한 통을 3번 밖에 물에 타서 농약통에 메고 뿌리는 게 좋았다. 그렇지 않으면 비율이 너무 낮아서 제초제 역활을 목했기 때문이다.

  "요즘 제초제는 약이 아냐! 전에는 다섯 통을 타서 썼는데 지금은 세 통 밖에 사용할 수 없다니까?"

 청산에 농사를 짓는 노인네가 하는 소리였다.

  내가 이곳에 와서 풀과 싸움을 하는 중에 이웃 논에 찾아온 B 라는 노인네는 체격이 제법 있어 보였다. 체중이 70kg 정도 나갈 정도로...

 

  이곳 청산에도 젊은 사람은 모두 도시로 빠져 나갔고 남아 있는 노인네들만이 농사를 짓는데 경운기조차 운전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예전에 소로 갈았었는데 경운기는 위험해서 없어요!"

  내가 짓는 밭을 먼저 경작하던 S.CH.O 이라는 사람은 그렇게 하소연과 푸념을 늘어 놓곤 했었다.

 

  농약통에 농약을 섞어서 등에 짊어지고 풀이 자란 논(지금은 밭으로 바꿈)에 펌프질을 하여 약을 쳐 주었다.

  먼저 왔을 때 고구마를 심기 위헤 밭을 갈고 거름을 잔뜩 주워서 그런지 풀이 더 많이 자랐다. 하지만 이웃에 농사를 짓는 B라는 노인이 만류했었다.

 

  "뭘 심을 겁니까?"

  "고구마를 심으려고요!"

  "에이구, 고구마는 간 두고 들깨나 심어요!"

  "왜요?"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와 쑥대밭이 되니까..."

  "멧돼지가 극성이군요!"

  "말도 마요! 이곳 삼면이 모두 산이여서 멧돼지 출몰지역이고..."

  "그래도 고구마를 심고 싶은데요! 울타리를 치면 괜찮지 않을까요?"

  "울타리를 해도 소용없으니까? 아예 들깨나 심지 그래요!"

  B라는 노인네가 하도 극성스러웠으므로 나는 고구마를 심겠다는 결심을 포기했다.

  울타리를 치는 것도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그리고 울타리를 아무리 잘 친다고 해도 멧돼지 고라니로 인해서 밭을 망치기일쑤였으므로 결국 그 말에 따른 것이다. 또한 가을철에 위의 논에 벼가 익을 주음까지 멧돼지가 밭으로 찾아오게 되는 경우 자칫하다가는 이웃 논의 벼도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그럴 경우 본의아니게 배상까지 해줄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B 라는 노인네의 완곡한 주장이 무엇보다 내 의지를 꺽고 말았다.

 

  그러다가 오늘 기계로 들깨를 심으려다가 깜짝 놀랐다.

  온통 풀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한 두 달 되었을까? 뽑아 낼 수도 없을 정도로 잡초가 뒤덮여 버려서 어쩔 수 없이 제초제를 뿌려서 아예 씨를 말리는 게 좋을 듯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전 10시에 모든 것을 마치고 집으로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내일은 보리를 베어 탈곡을 해야 한다.

  이웃집 S 라는 사람과 함께 다시 이곳에 와서 함께 작업할 예정이다.

  나는 예초기로 보리를 베고 S가 걷어 들여서 콩 탁곡기에 넣어서 탈곡을 할 것이다. 

  오늘 밭에 올라가 보았더니 노랗게 익은 보리가 시야에 펼쳐져 있었다.

  보리는 노랗게 익어서 온통 결실을 기다린다.

작년 가을 470평의 밭에 심었던 보리였다. 중간에 보리싹을 베지 않았으므로 잘 여물었는데 이제 탈곡을 할 시기였다. 노랗게 편 보리밭이 너무나 화려하다. 

470평의 위 밭. 170평 아랫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