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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31. 오리알을 부화시키기 위해(2)

2004.12.11 08:42

문학 조회 수:5833





  “아빠는, 그 밭이 온통 오리 새끼 무덤이네요!”
  등 뒤에서 초등학교 6 학년인 딸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
  오리 알을 부화(孵化)시키려고 4월부터 지금 7월까지 자그마치 석 달을 숱하게 부화기에 넣었다가 실패를 보아 죽였다. 그리고 다시 넣은 알 중에 하나를 확인해 보기 위해 깨트렸다가 그만 살아 있는 생명체를 땅에 파묻는 것을 딸이 본 것이다. 그런 내 행동에 무엇보다 실망이 큰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였을 것인가? 그윽이 짐작하고도 남는 말을 듣고 무슨 대꾸를 하겠는가!

  봄부터, 부화를 시키겠다고 애꿎은 오리 알만 생으로 죽여가면서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 20일까지는 어느 정도 몸체가 형성되어 살아 있는 것이 분명했다. 궁금하여 그 중에 하나를 골라잡아 중간을 깨트리면 노른자 부분에 빨갛게 핏줄이 서려 있고 흰자 부분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검은 빛을 띄우며 막에 둘러 싸여 자라고 있다가 그만, 알이 깨지며 구덩이 속으로 진한 액이 되어 고이는데, 노른자 부분은 핏줄이 엉켜 있다가 터지면서 온통 핏빛으로 변했고. 갑자기 환경이 바뀐 생명체는 털이 나있는 신체와, 웅크린 다리, 거기다가 길게 튀어 나온 부리까지 모두 갖추어 졌지만 밖으로 드러나자 진득진득한 막 속에서 꿈틀대는 것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쳐다 볼 수가 없어 그 위에 흙을 덮고 만다.
  ‘아, 또 하나의 생명을 죽였구나! 이러다가 죄를 받지……’ 하며 온몸에 쭈삣 하니 소름이 돋으면서 머리가 멍해졌다.
  그런, 나를 두고 딸과 아들이 번갈아 가며 잔소리를 해댄다.
  “아빠는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살인자 같아요!” 하고 아들이 한마디 하면,
  “정말, 아빠에게서 피 냄새가 나, 우욱-욱!”하며 딸조차 가까이 하기를 꺼리기조차 하는 것이었다.
  ‘젠장, 이러려고 시작한 게 아닌데…… 차라리, 그만 둘까!’ 생각하며 후회스럽기조차 한다. 아니, 밤에 잠조차 자지 못할 것만 같다. 적어도 알을 깨트려 살아 있는 생명체를 땅에 매장할 때의 기분은……

  처음에는 그렇게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멀쩡한 알을 깨트려 내용을 펼쳐 놓고 분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죄의식이 가득 찼다. 누구나, 사람이라면 나처럼 멀쩡한 생명체를 그것도, 계속 내 새끼처럼 지켜보던 것을 죽였을 때의 심정을 알리라! 비록, 완전히 성체(成體)가 아닌 부화 중인 불완전한 알에 불과할지라도……
  그 뒤, 원인을 분석한 결과 부화기로 사용하고 있는 보일러 통 안의 온도가 일정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우선 10개가 넘는 알을 쇠파이프 통 안에 넣는데,( 한 칸에 6개씩 세 칸을 포개 넣는데, 모두 15개에서 18개 정도다.) 아래쪽은 불처럼 뜨겁고 위쪽은 얼음처럼 차가워서 고르지 않기 때문에 부화를 시작한 알이 20일 정도가 넘으면 털이 자랐기 때문에 높은 온도가 있는 아래로 내려가면 그만 죽고 만다는 생각에 이른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알을 꺼내 바꾸어 넣었었다.

  생각다 못해서, 다음부터는 보일러 아래쪽에 바람을 넣었다. 히터가 뜨겁게 열이 오르면 바람을 끄고 반대로 꺼지면 바람을 불게 하였더니 과연 온도가 일정해 졌다. 이젠, 모든 게 잘 될 것만 같아 다시금 알을 넣은 지 한달이 다 되었다.
  정말, 마(魔-마귀)의 20일을 넘긴 알은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 얼마나 대견한지 온갖 기쁨이 솟구쳐 가만히 있질 못하고 몇 번씩이나 알을 들여다보며 이제나 저제나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한 번씩 알을 코에다 대로 냄새를 맡는데, 시궁창 썩는 냄새가 나면 그 알은 버렸다. 바로 부화 중에 잘못하여 골은 알이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살아나지는 못하고 중도에 죽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알의 생사 유무를 냄새로 알 수 있었던 것은 큰 발견이었다.
  “전처럼, 이젠 깨트리지 않아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있어! 어떻게 하는지 알아?”
  그렇게 아내에게 물어 보았다.
  “글쎄, 물에 넣어 보는 거예요?”
  “물에 넣는다고? 그게 아냐! 코로 냄새를 맡아 보지. 썩은 내가 나면 죽은 거야!”하고 내 딴에 큰 유세를 떠는 것처럼 말했다. 사실상, 처음보다 두 가지 사실이 바뀐 것인데, 예상이 딱 들어맞았다고나 할까. 알은 먼저보다 더 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젠 깨고 나올 날만 기다리면 된다고 눈이 빠지게 바라는데 한 달이 넘긴 알은 새끼가 나올 생각을 안했다.

  “우리 닭은 벌써 품기 시작해서 병아리가 나왔는데요!”
  이웃집에서 닭을 키우는 사람이 내가 궁금해서 묻자 대답을 한다. 60세는 족히 들어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비가 잣아 논으로 물꼬를 트러 나가는 모습을 보고 뛰쳐나가 내가 물어 보았던 것이다.
  “이 오리 알은 한 달이나 지났는데 나올 생각을 안 하네요?”
  “글메? 닭은 20일이면 까던데……”
  “그럼, 오리는 더 늦나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아주머니는 잘 모르겠다는 투로 은근히 회피를 하는데, 그게 더 이상하여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만 같았다. 더 이상한 것은 한 달이나 지났는데, 나오지 않는 것이다. 결국에는 밝은 곳에 나가 알을 깨트리고 말았다. 그래도, 또 다시 살인을 하고 싶지가 않아 둥근 부분에 구멍을 내자,
  “꽥 꽥!”하며 미약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구멍 난 곳을 자세히 보니, 둥근 부분 아래쪽에 또 하나의 흰 막이 있고, 그 막을 찢어 새끼 오리의 부리가 뛰어 나와 내가 말 할 때마다, 반응하는 소리가 그곳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 오리가 나오려나 보다!’
  그렇게 생각이 들자 빨리 알을 깨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젠, 중간 부분을 완전히 깨트렸다. 그런데, 그 속에서 오리는 아직 축축한 흰자의 막에 둘려 쌓여 꿈틀대며 연신 부리를 벌려 우는데 자세히 보니 꼬리 부분에서 아기가 나올 때처럼 탯줄 같은 창자가 길게 나와 노른자 부분으로 연결되어 다시 핏줄로 온통 감싸여 있지 않은가! 한 눈에 아직 나오기가 이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일이 이렇게 된 것 어쩔 수가 없어 우선 항문 쪽에 연결된 작은창자를 끊어 내고 몸에 감싸인 끈끈한 막을 걷어 내고 나자, 역효과가 났는지 금세 죽어 버리고 말았다. 털도 났고 부리도 있었으며 모든 장기가 갖추어진 완전한 새끼 오리였다.

  이번에도 살인을 하였다는 죄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억지로 부화 시킨 오리 새끼를 또 다시 밭에 구덩이를 파고 묻었다. 자꾸만 늘어만 가는 무덤에 이번에는 좀더 큰 시체가 추가되는 것에 그나마 위안을 삼기는 해도 영 기분이 찝찝한 건 어쩌질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