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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

2008.01.09 17:32

문학 조회 수:3130



2008년 1월 7일 밤 9시
김포의 한 거래처에서 기계 시운전을 끝내고 나올 때는 사방에 짙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안개가 뭉개 구름처럼 몰려 왔다가 창가에 몰려 들었다. 그럴 때마다 전방이 보이지 않는다. 앞서 달리고 있는 비상등과 야간등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핸들을 부여 잡은 체 그렇게 서울 톨게이트에서 시작하여 대전 톨케이트의 길고 긴 장정의 자동차 운행은 악몽 같았다. 이렇게 안개가 고속도로 전체를 모두 뒤덮어 버린 경우는 처음이었다. 부분적으로 약간씩 낀 것은 당해 보았지만 김포에서 출발하여 안개속을 겨우 50Km~90Km로 운행하여 집에 도착하였을 때는 밤 1시였다. 저녁 9시에 출발하였으니까 4시간 동안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운전을 하였으니...

  김포 구비행장 근처에서 '88 한강 도로'를 타고 서울 톨케이트까지 올때까지는 그래도 그려려니 했다.
  "한강변에서 안개가 피어나서 봄 가을에는 무척 많네요!"
  "그런데, 지금은 봄 가을도 아니잖았요!"

  나와 거래처 사장은 막 잔업을 끝낸 공장에서 나와 각자 헤어지면서 안개에 대하여 얘기를 나눴는데, 그는 인천에 일하는 아주머니 한 분을 태워다 주워야 한다고 했다. 집은 부평인데.... 나는 대전까지 가야 했으므로 안개를 피하려면 외각 순환도로를 타는 게 나을거라는 판단이 들어서 그렇게 가겠다고 말했지만 김포에서 인천으로 빠지는 외각도로를 찾지 못하고 안개 속을 헤매다가 옛 김포 비행장에서 유턴하여 다시 올라와 88도로 진입로를 들어 섰으며 계속 달려서 국회 의사당이 있는 여의도 앞의 63빌딩을 지났다.

  '안전 운행을 위해서... 어디 적당한 곳에서 자고 가자!' 그렇게 수없이 충동질하는 마음의 소리를 흘러 들었다. 그렇지만, 수많은 차량들이 꼬리를 몰고 안개 속을 계속 달려가고 있는데 나만 빠져 나오고 싶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서울 사람들은 안개가 자욱한 한강의 운전에 만성이 되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88도로에서 고속도로 진출로를 탔지만 여전히 안개는 겉히지 않고 있었다. 안개는 아마도 한강변에서 발생된 것이 아니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안개가 전국에 고속도로를 뒤덮어 버렸으므로 저지대는 무조건 짙은 안개가 구름처럼 몰려 다녔던 것이다. 그런데도 11톤 이상의 화물 차량들은 80km로 무섭게 달리고 있었다. 나는 그 차량의 뒤 편에 바싹 붙어서 다니는 편이 하나도 없이 검고 하얀 안개 속을 헤집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악착같이 따라 붙었다.          

  운전 경력 20년차가 이런 지독한 안개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운전을 직업으로 삼는 화물차 운전수들의 야간 운행은 목숨을 담보로 오늘도 달리는 것이었고... 새삼스럽게 운전을 직업으로 삼는 운전기사들에게 감탄을 절로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계속 대형 화물차 뒤를 따라가면서 안개를 뚫고 달리는 운전 기술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대전 톨케이트에서 뒤따라 가던 화물차에서 떨어져 나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국도를 타고 익숙한 길로 충북 옥천으로 가려는 것이다.
  "빠이빠이~"
  "빵!"
  그분은 나를 대전까지 인도하고 부산쪽으로 콘테이너 박스를 실고 달려 갔고 나는 진입로로 들어서면서 감사함을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그 사람은 내가 뒤 따라 붙어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아마도 알고 있었으리라!'
  내가 그의 뒤에서 떨어져 나와 진입로 표시가 되어 있는 좌측편으로 앞질러 가면서 클락션을 울리면서 감사함을 표시하였으므로 아마도 알지 않았을까? 서로 만나지 얼굴은 보지 않았지만 운전을 하다보면 상대방의 배려에 대하여 무척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끼어 들기 차선에서 양보를 해 주웠을 때 폭이 좁은 도로에서 서로 교우하였을 때, 한 쪽에 비켜서서 기다리고 있을 때. 그리고 이렇게 짙은 안개속에서 뒤따라 가면서 운전의 도움을 받았을 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