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인쇄로 책을...

     ---리룩스서버컴퓨터 백업

  공개 자료실 

 文學위의 文學 출판사입니다. PDF로 전환하여 복사기로 책을 만듭니다.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 인쇄'에서 확인해 보세요!

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딸 아이의 이사

2008.08.10 08:31

문학 조회 수:3097

.


                     1

  올 봄부터 모친이 전세로 살고 있던 두 칸의 방 중에 웃방에 간단한 옷가지와 책상등을 갖다 주고 그나마 도회지 생활을 시작한 딸아이였다.

  살고 있던 주택이 재개발 되면서 보상을 받자 시골로 내려와 살자는 내 말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먼저 살던 곳에서 한 불록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곳에 전세를 구하여 혼자 살면서 여전히 고속터미널의 청소 일을 다니셨다.
  부친이 작고한 이후 살고 있던 주택이 재개발지역으로 보상을 받고 그 돈으로 전세를 얻었지만 여전히 우리와 합치자는 내 주장을,
  "네 아이들이 대학교를 다닐때까지만 일을 하겠다!"라고 농담처럼 말을 하던 당신이,
  "예, 네 아이를 데려가라!"고 했을 때는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

  올 봄에 딸아이가 대학에 진학을 하게되자, 1학기까지 함께 생활하다가 갑자기 내쫒으려고 성화였다.  
  "안되겠다! 애가 병나겠어... 방안에 곰팡이가 슬어서... 기침도 하고 아주 않좋다.  아예 네 사둔 있는 곳으로 옮기거라!"하고 먼저 선수를 쳐서 말했다. 그 이유인즉,
  "엄마, 방문을 닫았더니 파랗게 방안에 곰팡이가 슬었서... 이사하라고 할머니가 성화셔요!"하는 딸 아이의 상세한 내막이 뒤를 이었다.

  우리들은 갑자기 달라진 모친과 딸의 말을 듣고 마침내 짐을 쌓게 하고 손없는 오늘 이사를 시키게 되었던 것이다.
  "지하실도 아닌데 왜, 습기가 차지?"
  그렇게 내가 아내에게 묻자,
  "집의 구조가 습하고 눅눅해서 그래요! 비오는 데 창문도 열어 놓지 않고 몇 일 환기를 시키지 않아서 더 그렇고... "
  햇빛이 들지 않는 구석진 뒷 방을 전세로 구할 때만 해도 집의 구조가 그렇게 습할 줄은 전혀 몰랐었다. 항상 그늘이 지는 방의 구조가 결국에는 방안을 온통 곰팡이로 뒤덥어 버렸던 것이다.
  "엄마, 옷이고 책상이고 할 것없이 모두 퍼렇게 곰팡이가 슬었어요!"
  그렇게 딸아이의 다급해진 목소리를 듣고 곧이어 모친이 전화를 하여 손녀를 탈출시키려작정하였으니...

                                2    

  그래서 오늘 손없는 날. 딸 아이의 짐을 차에 실고 이사를 했다.    

  옮기는 장소는 손위 처남이 살던 문제의 아파트였다.  그곳에는 현재 장모님이 살고 계셨으므로 어찌 보면 두 분의 할머니들과 차례로 살게 될 딸아이였다.
대전광역시 정림동의 혜천대학교 간호학과에 입학한 딸에게 번갈아가며 두 할머니에게 맡기려니 조금 미안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내년에는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하면 함께 있겠다고 벌써부터 계획을 잡는 것이었지만 먼저 살던 모친의 집에 처음 들어가던 날에도 또한 그렇게 말했었다.
  "누나, 먼저가서 자리 잡아 놔... 내 년에는 나도 갈거니까!"
  "그래... "
  그렇지만 상황은 맘먹은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반 년만에 이사를 하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딸 아이를 맡겨 놓고 장모님에게 인사를 한다.
"장모님, 딸 아이 잘 부탁합니다!"

                                          3

  몇 일 전에는 은행의 문턱을 두두렸었다. 300만원을 빌리기 위해서...

  몇 개월 째 결재를 받아야 하는 공장들이 어렵다고 계속 미루고 있었으므로 모든 게 엉망이었다. 사업적으로 운영이 어렵게 되면 우리 가족의 모든 것이 변한다. 그것은 내가 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이 있었다. 그런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낸다고 돈을 쓰는 게 과연 정도(正道)이던가! 내가 책을 낸다고 지금까지 돈을 쓴 게 얼마던가! 그 많은 돈에 대한 보상을 지금까지 전혀 받지 못했었다. 그리고 지금의 위기에 대하여 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부담이 될 뿐...  

  딸 아이의 수업료가 나왔다. 그런데 그 돈도 마련하지 못하였으니...

  가장으로서 내가 처한 위치에 대하여 적어도 한번도 위기라고 느껴보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그 어려운 역경속에서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던 내가 갑자기 너무도 힘든 내일을 맞았다. 현실을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이 갑자기 잃어 버린 것처럼 암담하다. 모든 상황이 어렵게 변하였으므로 내가 거래하던 공장들이 모두 문을 닫기라도 한 것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힘들어서 헉헉댄다. 줄돈을 주지 않고 그동안의 거래도 잊고 안면을 몰수한다. 몇 개월 째 결재를 미루기만하니 나로서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래도 나았다. 그들은 끝도 모르게 추락하고 있었다. 종업원들의 임금을 미루며 연세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몰고 돈을 목말라한다. 모든 공장들이 그야말로 돈 가물이 든 것이다.    

  부랴부랴 앞에 갖고 있던 봄에 구입한 건물과 터를 세를 놓는다고 광고지에 올렸다. 그렇지만 전화 한 통 울리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물어보는 전화라도 올텐데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영세업소인 내가 은행에서 300만원을 빌린 때 중소기업인 거래처의 공장들은 3,000만원을 빌려야만 할 것이다. 그 돈으로도 이 극심한 돈가물에서 해갈을 시키려면 어림도 없었다. 그것으로 전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둡고 긴 터널이었다. 거대하고 무섭도록 어두운 터널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불랙홀처럼...

연관된 글....
어머니의 초상
  손위 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