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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가요주점에서...

2008.07.31 17:08

문학 조회 수: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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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짝은 연신 속삭였다.
  "최고여요, 최고..."  

약간 뚱뚱해 보이는 여자는 삼 십대 중반으로 보였다. 짙은 화장은 아니었지만 과장된 얼굴 표정으로 보아 나이를 젊게 보이기 위해 화장으로 치장하는 그런 종류의 술집 여자와 전혀 다를바 없었으므로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렇지만 세 여자들 중에 가장 젊었다. 흰 원피스 차림으로 은실로 수놓여진 풀꽃의 형상이 마치 대리석에 무늬를 넣은 것처럼 번들거렸다.  

  지금까지 나는 가요주점에는 한 번도 와본적이 없었다. 노래방과는 전혀 다른 술집이라는 인식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술값이 부담이 갔던 것이다. 그런데 내 돈으로 두 사람를 거래처 사람과 조그만 읍 단위의 가요주점에 오게 되었으니...

   우선 상무라는 사람을 통해서 기계의 가격을 받아낼 필요가 있었다. 그가 사장에게 기계가 잘되지 않는다고 하면 돈을 받아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혔었다. 왜냐하면 내가 만든 기계는 다른 기계들보다 가격이 절반 가격 정도였다. 우선 저렴하다보니 영세업소에서 구입하였지만 지금의 공장은 전국 1, 2위를 손꼽는 주식회사였다. 그런 회사가 내 기계를 사용한다고 주문을 한 것은 순전히 상무가 권유했던 사실을 간과할 수 없었다. 어쨌튼 기계는 오늘 시운전 했고 앞으로 대금을 받을 일이 까마득했다. 집에서 아내는 생활비를 받아낼 태세지만 내 통장은 바닥이었다. 이 기계를 만들 때 계약금조차 받지 못했으므로 순전히 내 돈으로 만든 탓이다. 그러나 그 기계 대금은 앞서 두 대의 기계를 만드는 데 다 써버렸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3번째 만든 기계는 순전히 내 돈으로 집어 넣은 것이다. 거기다가 1개월이 공뜨는 기간 다른 공장의 기계를 해 주웠는데 공교롭게도 그게 또 물렸다. 모든 게 그런 식이었다. 어렵지 않은 공장들이 없었다. 자금줄이 막혀 버린 것처럼...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업을 하다보면 모험을 할 필요가 있었다. 계약금도 없이 기계를 만들어 납품을 한 것은 내게 자금줄을 끊는 것과도 같았다. 4대의 기계를 만들어 2500만원 정도를 받아내어야 하였는데 이미 12,000만원은 계약금으로 받아 냈었다.

  거래처는 거대한 공룡과도 같았다. 나는 체스 게임을 하듯이 기세를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전혀 돈을 내 놓지 않을 태세다.

  기계를 일단 시운전하고 받아낼 속셈이었다. 그것은 지금처럼 불경기 중에는 어림없었다. 내게 줄 돈이 남아 있는지도 의심이 들었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안팎으로 자금줄에 시달리는 현재의 실정으로 몇 개월짜리 어음을 줄 것이 틀림없었으니까?


  나는 내 짝이 바짝 안겨서 속삭이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허스키한 음성이 실내를 가득찼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고 모두들 박수를 치는데,
  "진짜 잘 부르네요!" 그렇게 칭찬들을 늘어 놓는데,
  "이제 시작했는걸요!"하고 거들먹 거리면서 말했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주로 여자들의 키로 부른다. 높은 음자리로 부르는데 물레야,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곡예사의 첫사랑, 새벽비... 등 여자들이 부르는 노래들이다. 그런 노래들을 도우미 아주머니들은 따라 부르지 못하였는데 고음으로 내가 부르는 것을 보고 감탄들을 하였던 것이다. 그 중에서 내 짝은 특히 애교가 넘쳐 흘렀다. 귀 속에다 속삭이듯이 주문을 넣었는데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그녀를 끓어 안고 춤을 출 때도 어느 거리감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빠져 버리면 상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비수가 있고 그녀가 또한 방패가 있었는데 그것들이 만나서 서로 싸웠다. 그리고 그 선에서 우리는 헤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사실상 가장 젊어 보이는 그녀는 세 여자들 중에 자신이 대단했다. 그래서 남자들 세 사람을 낚지질 하려 드는 것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저는 비싼데요! 호호홋..."
  "얼마나 되는데?"
  "십만원..."
  그러나 성실한 우리들은 아무도 그녀의 낚시줄에 걸려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내 짝으로 주워져 있었다. 다른 남자들에게 눈독을 들여도 나는 상관하지 않을 참이다. 그것은 순전히 자신의 사업 수단일 테니까? 내가 그녀와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짐작할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남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고...

  그녀는 내게 최선을 다해 붙잡고 싶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앙탈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들은 이곳에서 결별을 할 테니까? 내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상무라는 사람을 구워 삶아야 하듯이 그녀는 나를 또한 녹이려 들었으니... 
  나는 그녀와 모텔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수중에 돈이 없었다. 아내는 생활비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불경기는 내 허리띠를 졸라대었는데 그 영향으로 모든 것이 달라져 갈 것이다. 나는 거래처에서 돈을 주지 않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그걸 버틸만큼 부유하지가 않았다. 마치 하루살이처럼 한 달의 앞을 내다보지도 못하였다. 그만큼 불경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절약을 더하지 않으면 안되리라는 점을 인식할 수 밖에 없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