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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무조건,
잘 날아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것이 최고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땡추 오리가 최우선적으로 나의 보배였다. 이 오리만큼 잘 날아가는 오리가 없었다. 왕초 오리와 알을 낳지 못하는 순 오리는 필요가 없어서 잡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목적이 없었으므로...
  앞서 아내의 친구에게 두 마리의 오리를 주웠었는데 한 마리는 너무 비대해서였고 다른 한 마리는 너무 허약했기 때문이었다. 오리들을 키우는 가장 크고 적합한 목적은 우선 잘 날아야만 했다. 그것이 최우선 과제로서 키우는 의미에 부합되었던 것이다.
  "오리 한 마리 줘라!"
  아내의 절친한 친구이자 막강한 재력을 가진 A씨는 곧잘 우리집에 찾아와서 오리를 요구했다.
  "날지 못하는 오리를 주지... 대신 살이 토실토실쪄서 잡아 먹기 그만이야!"
  이렇게 해서 처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바에야 우선적으로 날지 못하는 오리를 선택적으로 고를 필요가 있었다.
'우선 잘 날아야한다!' 라는 내 뜻은 가장 우선시 되었다. 너무 비대하고 힘이 센 오리일수록 잘 날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뚱뚱하게 살이 찐 오리는 처분되고 남을 주웠으니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신(神)으로서의 내 뜻이었다.
  오리들은 우선적으로 잘 날아야 존속될 가치 기준을 삼고 몇 세대를 거쳐 그런 가정을 유지한다면 선별된 오리들은 야생상태로 돌아가게 될것이고,
  '그렇게 날아가는 그날까지 집오리로서의 삶은 종지부를 찍고 아마도 철새오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내 생각과는 부합된 아내는 눈곱만치도 따르지 않았으니...

  “너무 날리면 알 떨어져요?”하고 아내가 성화였던 것이다.
  “알! 그까짓 알……”
  나는 애써 대단하지 않게 생각하려 애쓴다. 그렇지만, 알이 떨어지면 큰일이다 싶었다. 어렸을 때 외가에서 삼촌이 잡던 씨암탉 배속에 줄줄이 이어져 있던 알집을 본적이 있었으니까.

  “삼촌 이게 알이야?”
  “그래, 엄니가 잡으라고 해서 잡았다만 이렇게 늘어서 있는 알을 보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더 빼먹을 수 있는 닭을 구태여 왜 잡으라고 했는지 말이다.”
  “내일 손님이 온 댔잖아!”
  “손님이 온다고 해도 그렇지. 애꿎은 씨 암탉을 잡으랄 게 뭐람.”
  “그럼, 삼촌이 돈 벌어 오면 되잖아? 할미는 돈이 없어 그러는 줄 모르나!”
  외가도 농사 진 곡식은 곡간에 쌓여 있었지만 늘 돈이 남아나질 않았다. 물건을 살 만한 장사꾼이 지나가면 할머니는 곡식이 든 광에 들어가 마늘, 감자 그밖에 돈이 될 만한 쌀이라던가. 곡식으로 양재기 수저, 성냥, 등 생활필수품들과 바꾸곤 하던 것을 익히 알고 있던 터였었다. 그러다보니 조그만 일이 생기면 기르던 가축을 잡곤 했던 것이다.
  삼촌이 빨래터에서 배를 갈라 내장과 알집을 꺼내는 걸 바라보던 어린 내 눈에 궁금한 게 있었다.
  “삼춘, 왜 알이 점점 작아져……”
  노란 알이 내장같이 생긴 알집에 줄줄이 들어 있었는데, 그 크기가 처음 것과 나중 것이 너무 대조적인 차이가 났기 때문에 내가 묻는 소리다.
  “음, 이거 맨 앞에 것은 아마 오늘 나을 알인 모양이야. 아주 크잖아! 다음 것은 내일, 그다음 것은 모래........이렇게 순차적으로 낳게 되는 거지.”
  “그런데 그 중간에 가끔 빠져 있는 것은 왜 그래?”
  “음 이거- ”
  외삼촌은, 알 집 중간 부분(알이 생기다 말은 비어 있는 공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윽고,
  “이건 아마 알을 낳지 못하는 곳 일거야. 매일 매일 하나 씩 낳는 건 아니잖아. 가끔 빠지는 날도 있으니까…… 이게 알이 떨어졌다고 하는 거지. 무언가 크게 놀라던가 하면 알을 못 낳곤 하거든……”

  알을 못 낳는다고 생각하니 아내가 하는 말도 일리가 있다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땡추오리와 순오리 두 마리만을 옥상 위에 날렸는데 그나마, 순오리는 자신 없이 하천까지 날지 못하고 둑길에 떨어져 대굴대굴 구르다 일어나 물로 들어가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 모양을 안쓰럽게 내려다보다가 아내의 말처럼 암 오리를 날리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하천 옆을 지나가던 화물차가 날아가는 오리를 발견하였는지 잠깐 멈추는 것 같았다. 그쪽에서 바라보면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나르는 오리의 비상을 멋지게 감상할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아깝게 오늘은 단 두 마리밖에 불과 했다. 땡추 오리의 비상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운전기사는 이윽고, 두 번째의 순오리가 하늘에 날아오르자 잔뜩 기대한 모양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녀석은 날지 못하고 둑 위로 곤두박질 쳤던 것이다. 실망스러운 듯 운전기사는 출발했다.
  나는 멀쑥하게 옥상위에서 모든 것 지켜보다가 이제야 무리지어 집에서 돌아 나와 물 속에 들어가는 다섯 마리의 오리와 두 마리의 오리가 만나는 모양을 지켜본다.

  “아빠, 오리 새끼 또 사다 놓지 않을 거예요?”
  “오리를 더 사 다 놓지 그래요?”
  매일 오리에 지극 정성을 다하고 있는 내게 딸과 뒤 집에 사는 딸 친구 아빠가 내게 말하곤 했었다.
  “이젠 더 이상 사오지 않을 거요. 왜냐면, 아무리 사다가 날려 바도 이 놈들 보다 더 잘 날 수 없지 않겠어요. 오히려 낳은 알을 부화시킬 작정이요.”
  딸과 뒤 집 딸 친구 아빠가 있는데서 내가 하는 소리다.
  딸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다. 뒤 집 순옥이라는 아이도 반은 틀리지만 같은 학년이고 그 딸의 아빠는 포크레인을 갖고 임대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 집을 지을 때 기초를 파준 것도 그이였고, 정화조를 묻을 때도 와서 파주웠었다. 그 엄마는 식품공장에 다니느라고 아침 8시에 나갔다 저녁 7시 정도에 돌아 왔다. 퇴근하면 집보다 앞에 있는 우리 집을 먼저 찾을 정도로 아내와 각별하게 지내고 있다. 그 아빠 또한 나와 동갑이여서 그리고, 예전에 쇠를 깎는 선반기계 기술자로서 나와 일맥상통하는 게 있어 처음부터 죽이 잘 맞아 지금까지 이어져서 항상 사이가 좋게 왕래하고 있다. 기계를 만드는 공업사를 하는 공장에서 포크레인 부속을 깎아 고치던가. 용접을 해가곤 했으니까.
  “부화기를 사야겠네요?”
  “웬걸요 사기는요! 만들어야죠.”
  “어떻게 만들 건데요?”
  부화기에 대하여 전혀 아는바가 없었다. 어떻게 만들어야 된다는 것도 모르고 단지 온도만 맞추어 주면되지 않을까 막연히 짐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직접 시도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었다. 또한 그렇게 많이 실패를 보면서 무참히도 부화되지 못한 알을  땅에 묻게 되리라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