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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20. 무당이 굿을 한다.

2004.11.26 16:54

문학 조회 수:2929



  무당이 굿을 한다.

어허, 후이- 물렀거라! 물렀거라!
잡귀야, 물렀거라! 신귀(新鬼)야, 물렀거라!
용왕님께 비나이다. 천왕님께 비나이다.
제발 귀신을 물러가게 하옵고 신들린 사람
살아나게 하시옵소서!

  쩔렁쩔렁 요령을 흔들며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뛰며 색동옷에 꿩 깃을 꽂은 원형의 갓을 쓰고 춤을 추고 있다.
  “쿵덕쿵덕”
  장구소리.

  가물가물한 의식의 저편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흰 가운을 입은 할아버지시다. 은빛의 눈부신 빛이 다리가 되어 장삼에 갓을 쓰고 가슴까지 허옇게 수염을 늘어뜨리고 외조부가 황급히 지팡이를  저으며 말씀하신다.
  “얘야, 네가 올 곳이 아니니라.”
  “할아버지……”
  “글쎄, 어서 가보거라! 지체하지 말고...”
  그렇게 인자하시던 다인이 버럭 소리를 내 지르시며 성난 얼굴로 바뀌자,
  '무슨 큰일이 난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이 들면서 돌아 서는데 끝 길 모르는 낭떠러지다. 자꾸만 떨어지는 것이 바닥을 모르겠다. 무엇인가를 붙잡으려고 허우적대는데 몸도 마음도 내 것이 아닌 것처럼 겉돌았다. 눈앞에 눈부신 광채가 번쩍 뜨였다. 자세히 바라보니 새하얀 형광체가 머리 위에서 대낮처럼 밝혀 있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였는데 그곳을 자세히 보니 자신의 모습이 누워 있는게 아닌가!
  '아, 내가 죽었구나!'
  그러면서 몸 가까이 이르자 공중에 떠 있던 자신의 형상이 그림자처럼 누워 있는 시체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음..."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몸에서 둔기에 얻어맞은 것처럼 쑤시고 아팠다. 그런 와중에 방안에 무당이 잘 차려 놓은 상 앞에서 너울너울 형형색색의 옷깃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 호랑나비가 펄럭이는 것처럼 화려하다.
  “어이구! 이놈아, 이제야 정신이 드느냐?”
  옆에 앉아 계시는 어머니가 그제야 보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을 연신 닦고 계셨다. 그 옆에 철없는 남동생들과 동네 사람 몇 분 중에 아랫집 해자네 엄마가 보였다. 인물이 너무 없는 해자는 어렸을 때 같이 놀고 했는데,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가끔 지나다니며 보면 인사를 하곤 했었다. 원래 말이 없고 인물이 없어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어이구! 쯧쯧-쯧 그래 사진을 찍은 게 잘못 아니겠어. 사진을 아무나 찍나? 결혼 후에 찍고 하는 거지 약혼도 하지 않고 사진관에 가서 저렇게 큰 사진을 찍어 뭐에 쓴담. 그래서 복 나간 거야 쯧쯧-"
  “글쎄 마려, 뭐 잘 났다고 덥석 사진부터 찍었담. 그러는 게 아닌데……”
  “사진을 왜 미리 찍었어! 그 때부터 진작 알아 봤어야 쟤”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방안에 앉아 무당의 굿을 보면서 혀를 찬다. 그런 모든 음성이 누워 있는 네 게 더 잘 들렸다.

어허, 물렀거라! 물렀거라! 잡귀야 물렀거라!
성황님은 들으소서! 사진 속에 같이 있는
방정맞은 저 여자를 아주 잊게 하소!
잡귀는 물러 갈 때 저 여자를 데려 가소!
어험, 그래야지! 자알 한다. 자아- 썩
나가서 아주 돌아오지 말거라!
이젠 더 이상 나오지도 들어가지고 말고
써억 물렀거라!
이놈의 잡귀야, 썩 나가거라!
나가면서 다 가져가고 한시 한날
다시 태어나 새로운 마음으로
새사람이 되게 하소!

  시루떡과 돼지머리 그리고 양초에 켜진 붉은 불꽃이 흔들린다. 무당은 쌀을 한 줌 집어 들어 상 앞에 놓인 나와 선영이가 찍힌 사진으로 휙휙 집어 던지며 계속하여 주문을 외 듯 지껄였다. 그 박자와 음정을 맞춰 장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쿵 딱, 쿵 따 닥!”
  “어머니 뭐하는 거예요?”
  “이놈아 보면 모르냐? 굿하는 거다 굿하는 거!”

  상처가 그다지 깊지 않아 병원에도 가지 않고 누워 있던 참이다. 오금이 다 저렸다. 오토바이와 넘어지면서 다친 상처 때문에 무릎과 팔꿈치가 피멍이 들었다. 다행히 헬멧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머리는 보호가 되었으나 고개가 무척 아팠다.
  절벽 아래는 작은 산밭이 놓여 있었다. 그곳에 머리를 처박고 넘어지는 순간 낙법으로 몸을 굴렀다. 깊은 상처는 나지 않은 듯싶었지만 까진 손발에서 피가 맺히고 온몸이 둔기로 맞은 것처럼 저리고 아팠다. 일으켜 세운 오토바이도 백미러, 계기판, 그밖에 플라스틱의 장식품들이 깨져서 떨어져 나깠을 뿐 멀쩡하게 시동은 걸렸다. 밖으로 끌고 나오는 데, 뒤 쫒아 오던 트럭과 승용차가 멈춰 서서 지켜보더니 무사한 줄 알고 모두 가 버렸다.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가 오토바이가 부셔진 것을 알고 기겁을 한다.
  “아니, 왜? 사고 났냐!”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거 큰일이구나. 이러다가 애 잡겠다. 잡겠어! 무슨 조치를 취해던가 해야지…… 원, 참내! 그래, 크게 다친 것 같은데 병원엘 가야지? 흐이구, 피나는 거 봐라. 잔말 말고 병원에 가자!”
  “글쎄, 괜찮다니까요!”
  내가 버럭 소리를 냅다 질렀다. 미리 입을 막을 속셈에서다. 그런데, 모친이 자고 있는 동안에 무당을 데려 와 굿판을 벌렸던 것이다.

  단 하루라도 집에서 쉬면 좀이 쑤셨었다. 먼저 다니던 숟가락 공장을 그만 두고 여기저기 직장을 알아보고 취직을 해 보았었다. 바늘 만드는 공장, 봉제 공장, 노동일을 임시로 해 보았으나 돈 벌이가 시원찮았다. 거의 두 달간을 이렇다 할 돈을 만져 보지 못하다 보니 눈이 안보였다. 걱정이 태산 같았고…… 직장을 갖고 있을 때보다 갖고 있지 않은 것이 더욱 인간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눈이 돌아갔다고 하는 것이 이런 경우였으리라. 사고가 난 것도 어찌 보면 선영이와의 이별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일을 하지 못해 머리 속이 복잡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눈앞이 안보였었다. 무언가 직장을 잡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 필요 했는데 그 방법을 찾지 못하였던 것이다.
  의식 없이 누워 있는 데 무당의 푸닥거리가 시작 되어 벌떡 눈은 떴지만 일어 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동네에 사는 무당을 불러 왔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굿판은 거의 두 시간 동안을 이어졌다. 그리곤, 돼지 머리에 꽂아 놓은 퍼런 지폐를 챙겨 들고 돌아가고 덜렁 혼자 남았다. 천정이 빙글빙글 돈다. 긴장이 풀려서 일까. 도무지 잡념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내 일은 다닐 만한 곳을 찾아보리라! 그것이 무엇보다 지금의 내게 필요하다고 재차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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