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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19. 비애(悲愛)

2004.11.25 18:36

문학 조회 수:2748



  질척거리는 비가 하루 종일 내려 온통 빗물에 잠겨 축축하였다. 산, 강, 숲, 그리고 도로변의 잡초속에서 차가운 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우유를 많이 먹어 입에서 소화되지 않은 체 우유가 스멀스멀 나오는 어린아이처럼, 모든 사물이 이젠 완전히 젖어 더 이상 포화하지 못하는 듯 대지(大地)가 물을 토해 놓는 것이다. 합쳐진 빗물이 모여 계곡을 따라 황토 빛으로 쏟아져 내리다가 폭포를 이루었고, 물줄기는 이젠 하천을 만나 합쳐졌다.
  “부다다다다- 부웅”
  요란한 오토바이의 굉음이 처음에는 듣기 좋고 반갑더니 이젠 조금씩 기쁨에서 비관으로 다시금 변한 내 마음 따라 춤추듯 뒤바뀌어 버리고 있었다.
  여자를 만나지 못하는 슬픔이 앞을 가렸다.
  “하느님, 제발 선영이를 돌려주세요!”
  누가 있지도 않은데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복받치는 슬픔을 어쩌지 못하고 목매게 울부짖었다. 슬픔이 강물이 되어 굽이굽이 범람하는 물줄기처럼 거칠게 흐르고 있었다. 그처럼 지울 수 없는 환영이 눈앞을 가렸다.
  금강 유원지에서 강을 따라 상류로 오르는 도로를 타고 계속하여 달렸다. 좌측 편으로는 끝 길 모르는 낭떠러지고 우측으로는 시야를 가리는 계곡의 야산이 능선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 졌다. 도로는 그 강가의 풍경을 고스란히 품고 내가 다가왔지만 전혀 보이질 않는다.
  “어때, 내 말이 맞지! 너무 멋지잖아?”
  “그래요. 좋아요……”
  그녀는 등 뒤에 얼굴을 묻고 두 팔로 내 가슴을 꼭 안고 있었다. 부드럽고 뭉실 거리는 감각이 등을 타고 전해져 왔다. 둘이 있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그저 함께 있는 것이 행복이었다. 넘치듯 샘솟는 기쁨, 주체 할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사랑, 그녀의 체취, 그 모든 것이 황홀 그 자체였다.
  부드럽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육체에서 육체를 타고 전해져 왔다. 그렇게 애욕으로 가득 찬 적이 있었던가!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함께 있으면 세상이 없어져도 좋을 듯싶었다. 오직 그녀만의 나의 전부였고, 그녀가 옆에 있으면 다른 무엇보다 좋았다. 눈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순례자처럼 그녀와 함께 달리던 도로를 바람처럼 달리면서 등 뒤에 선영이가 있는 것처럼 말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마음속에서 그녀가 대답한다.
  “그래, 이젠 헤어지지 말자! 네가 하자는 대로 다하마! 제발 내게 돌아와 다오!”
  “너무나 보고 싶었어요!”
  “네가 하자는 대로 하마! 그래, 아주 멀리 달아나자 응?”
  “그래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아무도 찾지 못하는 둘 만의 세상으로 떠나요!”
  “아! 내 사랑, 선영아 나를 부디 용서해다오. 흑흑-으흐흑-”
  결국에 나는 울고 말았다. 빗물에 섞인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 내렸다. 뜨겁게……

  공장에서 끝나자마자, 미리 나와 기다리는 골목에서 그녀를 만났다. 울었는지 눈가에 슬픔이 가득하다. 무척 고심하였다는 것을 발견은 하였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모든 것을 사랑으로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어쩌면 그만 나오게 될지도 몰라요. 부모님이 눈치 채신 것 같아요.”
  “그럼, 차라리 잘 되었네. 이참에 만나 뵈어서 사랑하니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릴까?”
  “안돼요!”
  그녀가 펄쩍 뛰듯이 놀래 소리쳤다.
  “왜?”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물었다. 그런 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것이다. 오직 사랑 하나면 충분히 결혼하고도 남지 않겠는가!
  “절대로 안돼요. 너무나 완고하셔서 연애한다고 하면 기절초풍 하실 걸요. 무엇보다 저를 가두고 말거예요. 밖으로 두문불출 할 테고……”
  “내가 찾아 가서 모든 것을 털어 놓고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어?”
  “안돼요. 제 다리를 분질러 놓고 말걸요.”
  “……”
  “그러지 말고 우리 달아나요. 멀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달아나요. 서울이던 부산이던 아무 곳이나 따라 갈 테니까 제발 부탁이니 달아나자고요!”
  그녀가 두 손으로 나를 꼭 붙잡고 사정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장남이었다. 내가 집을 떠나면 가족들은 생계가 곤란하게 된다.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었다. 어엿하게 결혼해서 집에서 부모와 동생들과 함께 사는 것이 내 꿈이었다. 꼭 그래야만 했다.
  “그건 안돼!”
  단호하게 내가 잘라 말했다.
  “흑……”
  그녀는 마침내 울었다. 슬픔이 복받치는지 어깨가 움찔거린다. 그러나 곧 좋아지리라! 적어도 그렇게 믿었다. 아니, 믿어야만 했다.
  “자아-자, 그만 울어. 우리 사진이나 찍자!”
  마치 무엇엔가 홀린 것 마냥 나는 그녀를 데리고 가까운 사진관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울어서 눈가에 슬픔이 가득 찬 얼굴로 그리고, 결심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옹고집으로 똘똘 뭉친 야멸친 모습으로 우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마냥 우리의 관계도 흔들림 없길 바랐다. 결코 사진에 찍힌 두 남녀가 이별하는 일이 없으리라는 듯이 그렇게 도장을 찍 듯 모습을 박았던 것이다.
  선영이가 출근하지 않게 되자 나는 조급해져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저녁 퇴근 후에는 으레 그녀의 집 앞에서 서성거리게 되고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그림자도 볼 수가 없었다.
  “탁!”
  골목으로 난 창가에 작은 돌을 던지는 소리다. 그렇게 신호하기로 했었으니까. 다른 때 같으면 눈치를 살피면서 밖으로 나왔을 텐데 도무지 반응이 없었다. 도저히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아, 좀더 참고 기다렸어야만 했다. 그리고 만나는 것을 연기하더라도 계획을 세웠어야만 했다. 그렇게 무턱대고 부모를 만나기 위해 함께 찍은 사진을 들고 불쑥 찾아 간 내게 좋은 인상을 받았을 턱이 없었다.
  “너 뭐야! 아니…… 이 놈이!”
  선영이의 부모들은 달가워하질 않았다. 도둑놈처럼 생긴 낫선 사내놈이 다짜고짜 찾아 와 자기 딸을 사랑하니 결혼시켜 달라고 닦달을 하니 이게 웬 날벼락이냐 하는 얼굴로 쳐다보고 거절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내가 궁궐처럼 으리으리한 주택업자의 집에 찾아가 둘이 찍은 사진을 내밀며 엎드려 절을 하자 검게 그을린 얼굴을 하고 있는 부친이 입을 딱 벌리며 격양된 음성으로 소리쳤다.
  “선영이를 사랑합니다. 결혼하고 싶습니다. 제발 부탁이니 허락해 주십시오!”
  “아……아니- 아이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육갑 떨지 말고, 나가! 나가-마!”
  노발대발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남편의 등살을 참다못한 부인이 보다 못하여 나를 끌고 밖으로 나와 조용히 타이르듯 말했다.
  “아니, 앞 뒤 분간하지 않고 불쑥 찾아 와서 그런 소릴 하면 어떻게 해요. 귀띔이라도 해 줘야지 다짜고짜 딸을 달라고 하니 좋아 할 애 아빠는 세상에 없을 거예요. 내 딸애가 몇 살인 줄이나 알고 하는 소리여요?”
  “예, 열아홉 살 아닌가요?”
  그래도 선영이의 모친은 대 놓고 욕부터 하지는 않았다. 조리 있게 자기 딸이 너무 어리니 좀더 크면 그 때 다시 얘기하자는 권유와 부탁을 하면서 더 있으면 화가 난 남편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등을 떠밀려 밖으로 내 민다.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강가의 도로를 휑하니 달려가는 오토바이에 몸을 실고 눈앞에 아른거리는 선영이의 환각을 보았다. 그토록 애절한 모양으로 흐느껴 울며 손짓 하고 있었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안돼, 안돼 선영이!”
  급커브였다. 빗물에 축축한 노면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오토바이를 여지없이 중심을 잃게 하고 말았다.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급히 밟은 브레이크 때문에 크게 기울면서 넘어지고 몇 바퀴 굴러 결국에는 절벽 아내로 곤두박질 쳤다.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는다. 모든 게 백지처럼 하얗다. 그렇게 세상을 포기한다는 것은 내게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를 알고 나서 모든 사물이 반대였으니까. 전에는 따뜻한 양지만 있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음지가 있었고 죽음이 지척이었다.

  그뒤, 4년 동안을 내리 악목을 꾸며 살았다.



  지금 내가 이곳에서 유지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가!
  예전의 양식기 공장은 지금 그곳에 없었다. 모든 사물들은 변하고 재개발되어 아파트단지가 들어선다고 한다. 또한 내 주위의 모든 환경이 이제 변하여 그 당시의 것은 없었다.
  고등학교 친구를 따라 잠시 다녔던 교회도 잊었고...
  사물이란 이렇게 환경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삶을 어떻게 유지하느냐하는 것과 존재하고 있는 순간이 어디인가 하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모든 허상은 항상 기억 저편에서 손짓을 하는데 자신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하나이며 그 방향에 대하여 지난날의 경험이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된다. 어찌되었튼 인생이란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사는 것이다.
  내가 방탕하지 않고 올바른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과 반성이 기준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꿋꿋하게 현실을 살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과거의 성문화에 대하여 깊은 애착을 느끼며 현재의 '성매매특별단속법' 에 대하여 부정의 눈으로 볼 밖에 없다.
  내가 저지른 불찰에 대하여 악몽을 꾸듯한 그 절망에서 나를 건져 준 것도 나였으며 헤어날 수 없는 끊임없는 욕망에서 해방이 된 것은 결혼 직후부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욕정에 대하여 유별난 느낌을 갖게 되었지 않았나 싶다. 남자와 여자는 동질의 삶을 살지 않는다. 적어도 조물주가 사람을 빚을 때 남자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들었다고 하듯이 서로 욕구불만에 따른 불출과 해결방법은 다르다고 할 것이다. 동물들, 특히 개들을 자세히 바라보면 암케와 숫케간의 관계가 얼마나 정반대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동물에 해당하기에...

  나의 경우에는 그 절망과 고통의 시기가 결국은 결혼을 목표로 새롭게 마음을 다구치지 않았나 싶었다. 그만큼 인생에 있어서 결혼은 중요하다.

  방황, 고민, 고통의 시기에 있어서 집창촌의 신세를 지기도 하였는데 그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찌보면 자유로운 욕구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방법이었다. 본능적으로... 그런데 태초부터 있어왔으리라 여겨지는 남녀 관계의 매매행위(원시인들은 빵과 고기를 주고 하지 않았을까?)를 단절시키고 법으로 금지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오호라, 대한민국은 여자만 사는 국가로다!
  남자들은 모두 외국으로 나가서 살고...
  가장 불건전한 행위로 성욕이라 일컬고
  매춘행위는 범법이라고 금지시키니
  모든 것은 자유롭지 않을진데
  후대사람들에게 길이 남으리라!

  대한민국 만세!
  
  만약 실연을 당하게 되었을 때,
  무엇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독에 중독된 것처럼
  온몸이 붓고 앞이 아득하며 온몸이 달아오르도록 불꽃에
  휩싸여 전혀 처방도 할 수 없을 경우,
  어찌할 것인가!
  성욕을 해결할 수 없다면,
  방법은 없었다.
  죽음뿐...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답이 없는 시험지와 같으리라!
  술과,
  마약과,
  오락과
  인터넷과,
  게임과,
  성행위와,
  도박과,
  그밖의 모든 자유를
  금지시켜야만 할 것이다.
  
  성욕에 대한 발산도 인간의 쾌락중에 하나인데
  그것을 가로막는 나라가 무엇을 할 것인가!
  남자들은 모두 이 나라를 떠나자!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나의 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