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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18. 양식기 제조 공장에서……(3)

2004.11.25 09:41

문학 조회 수:2758



  삼 일 동안의 철야 작업.
  온몸이 녹초가되다 시피하면서 결국 작업을 끝내었다.

  모두가 먼저들 퇴근한 모양이다. 내가 사무실에서 나와 목욕탕으로 향하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항상 늦었다. 반장이 작업 일지를 맡겼기 때문이다.
  “오리 씨가 영어를 잘 아니까 작업 일지 좀 적어 줘요!”
  “그러지요.”
  정중히 부탁하는 반장의 권유가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그는 그 대신 내게 그만큼의 봉급을 인상해 주웠고 생각보다 많은 액수의 봉급을 어머니께 갖다 줄 수 있는 보람으로 흔쾌히 승낙하였던 것이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내게 이런 부탁을 하기도 하였다.
  “사실은 내가 영어를 잘 모르는데, 좀 가르쳐 줄 수 있어요?”
  “예?”
  아직 영어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하질 못하여 되물어 본다.
  “사실은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해서요. 영어는 그 나름대로 쓸 줄은 아는데, 도무지 그 발음을 모르겠더라고요!”
  “아, 예!”
  그 뒤부터 시간이 되는대로 반장에게 발음기호를 가르쳐 주웠다. 반장도 제법 열의를 갖고 배우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쉽게 배워지지 않는 듯 했다. 내가 적어준 발음기호와 자신이 구입한 책을 갖고 공부 하는 것이었으나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뒤에 더 이상의 선생 노릇은 하지 않았다. 너무나, 바쁜 일에 쫒기다보니 모든 것을 잊었다고 할까.
  그 덕분에, 솔직담백한 반장과는 격이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2 년 동안 근속하게 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아마도, 포장부(包裝部)로 부서를 옮기지 않았다면 그렇게 빨리 회사를 그만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반장과의 의리를 생각하면 평생이라도 함께 했으리라!

  사무실에서 나와 썰렁한 작업장을 돌고 뒤편의 탈의실로 향했다.
으스름한 달빛이 청승맞고 아직도 3월의 초순의 밤공기는 매섭고 야멸치게 부는 찬 바람 탓인지 소름이 돋는다.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시계를 꺼내 내려다보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모두가 퇴근한 모양이군. 개미 새끼 하나 없으니. 그새 다들 부리나케 갔구먼, 코빼기도 안보이니’
  끝나자마자 후다닥 달아난 사람들을 탓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모두가 집으로 줄행랑을 쳤으리라!
  ‘3 일 동안 철야작업을 했으니 오죽 하겠어.’
  혼자말로 지껄이는 내가 한심했다. 가슴 깊이 치미는 울적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것은 한없이 나를 절망의 나락으로 빠트렸다. 영원히 이런 비참한 생활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건 삶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적어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자유를 무시한 노동의 착취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질적인 보상이 따르지만 인간을 너무나 비참하게 엮어가는 분위기에 이렇게 슬퍼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탈의실에도 아무도 없다.
  나는 덩그런 히 옷을 벗어 벽에 걸고 열려진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썰렁한 분위기에 혼자라고 생각하니 무섭기조차 하다.
고독이 엄습해 왔다. 온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옷을 벗고 뜨거운 물을 끼얹어 본다.
  “쫙-악-”
  매일매일 닦는 탓에 거친 피부가 되어 버린 걸까 비누를 묻힌 타월을 문지르자 불에 덴 듯 따갑다. 그렇지만, 온몸 구석구석 닦지 않으면 남아 있는 검은 광약 찌꺼기를 닦아 낼 수 없었다. 그렇게 이삼십 분 가량을 닦고 나니 개운하다. 스르르 잠이 엄습하는 것이 참기 힘들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진저리를 쳐 보지만 잠은 달아날 생각을 않고 눈꺼풀로 모였다.
  목욕탕에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와 걷다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가느다랗게 물소리 같기도 하고 주룩 거리는 빗물 소리 같기도 하고 쩔걱쩔걱 물 속에 넣고 흔드는 그런 소리였다.
  소리 나는 방향을 보니 남자 탈의실 위쪽에 있는 여자 탈의실이다. 탈의실이라고 해봐야 여기저기 나뭇조각을 주워 기워 짓듯이 못을 밖아 덕지덕지 무늬가 고르지 않는 나무 가옥이다. 내부는 목욕탕이 딸려 있어서 한쪽 편에 옷을 벗어 놓는 장식장이 전부인 남자 탈의실은 좀더 크고 높았지만, 여섯 명밖에 되지 않는 아주머니들이 물건을 놓는 여자 탈의실은 그것 보다 작은 편이었으며 좀더 비탈진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우수수하고 바람 소리에 여자 탈의실 뒤편의 포플러 나무 숲이 흔들린다.
  음침하고 음산한 기운이 드는 여자 탈의실로 무턱대고 발길이 돌려 졌다. 아무도 없을 텐데 귀신이라도 있는 걸까? 이상한 예감이 들어 한번 살펴보고 갈 참이었다.
  “덜컥!”
  닫힌 문이 힘없이 열렸다.
  “어머나!”
  “헉!”
  탈의실 내부에는 꼬마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여자가 옷을 빨고 있었다. 남아 있는 따뜻한 목욕탕 물을 이용하여 옷을 한 보따리 빨고 있었는데, 작달 만한 체구에 어느 구석에 있었던가 싶던 여자의 냄새가 풍겨 나왔다.
  나는 얼떨결에 문을 닫고 좀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그녀가 나를 부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뭐하고 있어?”
  우리 조의 일원인 꼬마 아주머니를 그다지 어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키가 작았는데 가슴은 주먹만 했다. 내가 간혹 호기심으로 작업 중에 그녀의 가슴을 만질라 치면,
  “애들이 빨아 남아 붙질 않았어요. 뭘 그리 만져 봐요. 없는 가슴 만져 보면 커지나요.”
  멋쩍게 자신의 작은 가슴을 비아냥거리는 거였다.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모두 허물이 없었다.
  초년생 아주머니들은 가슴 한번 만지면 벼락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오래된 아주머니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만져 달라고 부추기는 것처럼 전혀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외향이 못생기고 가슴이 작음을 한탄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들이 결코 타락하였다거나 부도덕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단지, 어머니가 자신의 자녀에게 가슴을 내밀어 젖을 먹이듯 모든 것을 포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물론 그것 외에 더 이상의 요구는 한 적이 없었다. 그런 행동이 내게 너무나도 포근하여 더욱더 정감이 갔고 여자들 편에서 일을 도와주곤 하였다.
  “집게 좀 고쳐 줘요!”
  “광약 좀 갖다 줘요!”
  “잠깐 기계 좀 봐줘 화장실에 갔다 올 테니까요!”
  “이 물건 좀 들어 줘요!”
  그렇게 힘에 부치는 일을 할 때 그녀들은 또한 나를 불렀다. 어찌 보면 무언의 약속처럼 우리는 한 동지이자 이 악조건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따뜻한 내면을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은 그런 행동과 방법에 깊은 연관이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녀들에게 결코 이성으로 볼 수 없는 다른 면이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 단지, 살기 위해 우리는 함께 일하고 있다는 공동의식 같은 그 무언의 약속이 내재된 통신 같은.........
  그렇게 가슴의 크기까지 알고 있던 터라 전혀 거리낌이 없이 다가갔던 것이다. 그러나 욕망이 내재된 그 무언의 통로가 나를 충동질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세탁물을 앞에 두고 멍한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꼬마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았다. 머리는 아직 마르지 않아 축축하고 얼굴은 갓 씻었는지 맑고 새하얗다. 무엇보다 열어진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속옷 차림에 젖을까봐 무릎까지 걷어 올린 치마 때문에 벌어진 엉덩이가 내 비쳤다. 나는 한 눈에 팬티를 입고 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헉-억.”
  숨이 막힌다. 가까이 다가 갈수록 여자의 흰 살결이 도도라 지게 아름답다.
  얼굴은 기울대로 기운 40대의 주름이 져 있었지만 이제 갓 물에 젖은 육체는 그 자체가 곧 마름다운 꽃이었다.
  나의 눈에 비친 여성으로서의 육체가 질리도록 나를 떨리게 했다.
  “피곤할 텐데 집에 얼른 가서 쉬어-야지. 다들 간 모양인데……”
  “예에- 그래야지요……”
  나이로 치면 20 살 정도의 연상이었지만 오리려 내가 반말을 하고 그녀가 존댓말을 했다.
  화들짝 놀란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는 것이 정감이 있다. 아마도 집에서 갖고 온 빨래를 남아서 하던 것을 내게 들킨 탓에 지금 제 정신이 아닌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한결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는 쉬는 시간에도 놀지를 않았다. 집에서 갖고 온 무언가를 만졌다. 그리고 오전 10시 정도에 나오는 빵을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준다고 싸가는 억척들이다. 그렇게 생활력이 강하기에 이런 악조건에서도 참고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늘 순결한 어머니로서 그리고 충실한 아내로서의 책임을 이들은 지키고 훌륭하게 받든다고 생각해 오곤 했던 것이다. 얼마나 위대한가! 그런 내가 이런 아름다운 여인을 음탕하게 간음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내 딴에는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가 비록 머리에 보자기를 쓰고 두꺼운 옷으로 껴입어 여성으로 보이지 않을망정 그 가슴만은 너무도 고결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적인 경험이 없는 나는 두렵기만 했다. 그렇게 풀어 헤친 가슴과 허벅지 그리고, 구부리고 있는 양 무릎 사이로, 거무스름한 부분까지도 보았지만 그건 그림처럼 보일 뿐이었다. 너무 과한 욕심은 체하는 법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두 눈은 물에 젖어 있는 의상과 몸매보다도 스무 다섯 해까지 곱게 모신 나의 동정(童貞)은 내부에서 사시나무 떨 듯 그렇게 떨리기만 했다.
  “먼저 갈 테니까 문단속 잘하고 나와!”
  “.......”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그녀는 그제야 옷깃을 여민다.
  내가 왜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었는지 그건 알 수가 없다. 음탕하게 생각은 했었지만 전혀 욕심 같은 게 없었으니까. 돌아 나오는데도 들어 갈 때처럼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나왔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끝도 없는 잠을 잤다. 너무나 피곤에 지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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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일은 전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생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되려 짐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중한 글을 쓰고 그것을 수정하기 위해 다시 올려 놓는 과정에서 번거롭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다.
  이 시간에 나는 더 많은 일을 하여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만큼 뺐기는 시간으로 인하여 무척 곤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바쁜 관계로 밤 10시까지 계속 강행군을 하여 기계 납품일자를 맞춰야 하는데 이렇게 글을 수정하기 위해 정리를 하고 읽어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가 장날이라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자전거를 타고 나갔기 때문에 언제 돌아올지를 모르는 탓이다.
  만약 내가 일을 하지 않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싫어할 것이 틀림없었다. 기계납품날자가 너무 조금하다보니 연장 작업이었다. 만약 지금까지 글쓰는 시간을 일에 치중했더라면 더 많은 돈을 벌었으리라!
  이 시간에 일을 하면 돈을 더 벌수가 있었다. 도데체 글을 써서 무엇에 도움이 되는 걸까? 지금까지도 나는 글로 인하여 전혀 돈을 번적이 없었다. 이것은 그만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며 골이 빈 짓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을 가리켜,
  "저 놈, 재산 말아 먹을 놈!"
  "제발 그만둬요! 더 이상 낭비말고..."
  이렇게 모두를 내게 말하는 듯 싶었다. 그만큼 할일이 없이 소일하는 시간이 무의미한 까닭이다.
  글로서 돈을 번다는 사실은 요원한 희망이었다.
  결코 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무의미한 일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내 자신에게 문득 오늘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쳤군!"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수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글을 쓰는 방법이 현재 최선이었다. 없는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