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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16. 양식기 제조 공장에서……

2004.11.25 09:39

문학 조회 수:3639



  어둠침침한 실내가 밖에서 방금 들어 왔기 때문에 전혀 보이질 않는다.
  마치, 극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처럼 눈에 금방 사물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은 작업 현장이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 남짓 되는 동안 손에 익을 대로 익은 기계들과 익숙한 작업장의 분위기는 그다지 어두운 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기계 위에 매달린 형광등 불빛을 따라 가동되는 기계 라인만 불을 밝혀 작업하면 사물을 분간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하여 퇴근하면 밤 9~10시였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런 생활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에 대한 장남으로서의 의무 때문이었을까? 아니, 이 공장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은 이런 악조건 하에서 그 나름대로의 목적과 뚜렷한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나도 그렇지만, 이 생활에 대하여 고생이라고 생각해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심각한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적어도, 군대에 갖다온 뒤에 정해진 목적이 없이 직업을 선택하였던 내 탓이었을 게다. 상업고등학교를 나왔지만, 공부와 담을 쌓다보니 학교에서 보내주는 직장은 바랄 수조차 없었다. 막상 졸업을 하였지만, 별반 취직할 수 있는 직장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다 못하여 졸업하고 3개월 만에 군대를 지원 입대하였었다. 제대 후에도 뚜렷하게 다닐만한 직장이 없었다. 우선은 젊은 패기가 있었기에 이곳이나마 취직하였던 것이다.

  광연마(光硏磨)라는 부서는 양식기(洋食器) 제조업체에서 뒤에서 두 번째 부서에 속한다. 포장부 바로 앞인 것이다.
  건문 내부에는 기계들이 들어 차 있는데 일정한 비율로 작업 공간을 형성하여 줄을 맞추어져 있고 기계마다 특색이 있었다. 자동 시설이었지만 물건을 넣고 빼는 것은 모두 사람이 해야만 했다. 기계의 구분은 줄을 맞춰진 상태를 보고 1 라인(Line)이라 한다. 그렇게 4 라인을 형성하여 전체가 구성되었는데 라인 별로 특색을 두었다.(라인 별로 대개 6~7대의 기계가 구성된다.)
  1 라인에서는 T-Spoon(차-숟가락), 2 라인은 Spoon(중 숟가락), 3 라인은 Pork(포크), 마지막으로 4 라인은 Knife(나이프)를 작업 할 수 있다. 줄을 맞춰 진열된 30 여대의 기계 뒤편으로는 먼지를 빨아 낼 수 있는 원형의 파이프 시설이 거대한 동물 내장처럼 천정을 가로질러 놓였는데, 실내가 어두운 것은 바로 그 길게 뻗은 관(파이프)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 파이프는 라인은 4 줄로 각각 벽을 뚫고 밖의 후황(공기를 빨아내는 송풍기)으로 연결된다. 거대한 후황에서 나오는 소리가 내가 어렸을 때 늘 듣고 자랐던 그 윙윙거리는 이상한 소리란 걸 비로소 알았었다. 요란한 후황소리는 귀가 먹을 정도로 심했다. 나는 그 소리 탓에 집에 돌아와 잘 때도 늘 귀가 윙윙거리곤 했다.
  무엇보다 매캐하게 일어나는 연기와 냄새 그리고, 분진 그런 모든 것으로 인하여 현장은 어두운 빛깔 그 자체였다. 작업하는 사람조차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두운 먼지로 뒤집어써서, 퇴근할 때는 반드시 목욕을 하여야 하는 것이 고역이라면 고역일까?

  목각으로 작은 홈을 판 나무판에 스픈(Spoon)을 잔뜩 움켜 쥔 오른손이 지나가면 일 열로 일정한 간격을 벌려 놓여진다. 모두 열 여섯 개다. 그런 다음 머리 위에 체인으로 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온 길이 60 센티 정도로 긴 집게 바이스 뿌레야를 내려 스푼의 손잡이 부분을 끼우고 뒤에 있는 세 개의 누름 장치를 힘껏 눌러 앞에 비스듬히 세워 놓고 다시 스푼을 한 움큼 집어 든다. 그리곤, 재차 나무판에 대고 문지른다. 그저 문지르기만 하는 것처럼 해도 그 작은 홈에 스푼들이 일정하게 정열 해 버리는 것은 노련한 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레미라고 부르는데 보통 사람이 하면 작은 홈에 스푼이 끼지 않기가 일쑤고 두 개 세 개씩 떨어 졌으며 또한, 나란히 줄이 맞지 않고 비스듬하게 되고 만다. 그렇게 물린 열여섯 개의 스푼은 다음 작업자가 광약이 묻힌 기계 속에 밀어 넣어 주웠다. 여섯 대의 기계가 있었지만 모두 네 사람이 뒤 작업을 하고 있다. 그나마 그 끝에 있는 두 사람은 아주머니였다.

  조장으로서의 대단한 자부심이 내겐 가득했다. 이렇게 나래미를 놓기까지 6 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