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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14. 아, 내 사랑 선영이여!

2004.11.25 09:37

문학 조회 수:3007 추천:1



  지금의 아내는 내가 첫 사랑인줄 안다. 천만의 말씀,만만의 콩떡! 어린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내겐 목숨보다 사랑이 너무도 중하고, 너무도 강렬하여 이글이글 끓는 용암처럼 가슴 저 밑바닥에 결코 끌 수 없도록 뜨겁게 열정으로 불타올랐던 첫 사랑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 뒤, 그 불길이 너무도 강력하여 나를 타락시키고 절망에 빠트렸었지만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아, 내 사랑 선영이여!
그렇게 갈망하고 갈구하던 무수한 나날동안
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제 비로소 추억의 뒷장을 넘기며
너와의 사랑을 떠올리며,
그때가 사랑이었음을
고백한다.

모든 것을 용서해다오.
부질없이 못난 나이기에
네가 그리도 함께 떠나자고 할 때
가족의 부양을 걱정한 나머지
너를 선택하지 않았던
나를 용서해다오.

먼 훗날 우리들의 무지개 빛
결혼을 생각하며
그렇게 무던히도 정열적인
너의 육체를 품었었다.

좌절, 방황, 끝없는 절망 속에
번민하였던 수많은 나의 타락을
아담과 이부처럼 선악과를
따먹고 지옥에 떨어진
나를 두고 한 얘기라고
이제야 깨닫는다.

(나의 아담과 이부-)

  선영이라는 여자는 이제 갓 피어난 목련꽃에 비유할까. 열아홉 살이었지만 너무도 풍부한 육체에 말이 없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많은 포장부의 다른 여자가 있는데 이제 새로운 전혀 낫이 설은 아주 어린 소녀에게 내 눈이 맞은 것은 지금 생각해 봐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그 당시에 내게 작은 불씨가 지펴지기 시작하고 있었음이 운명적이라고 말 할 수밖에……
  나는 전혀 내색할 수 없었다. 항시 멀리 두고 지켜보기만 했지만, 결근하는 날이면 왠지 이상하게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 당시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그냥 집에서 놀고 있기 심심하다고 심심풀이 땅콩처럼 이따금 결근이 잦았던 탓에 보는 날보다 안보는 날이 더 많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돈이 많은 건축업자였다.

  아마도 밤12시까지 야간작업을 하던 날일게다.
  작업이 끝나고 모두 다 퇴근한 현장에 그녀가 남아 있었다.
  “아니, 퇴근 안 해!”
  “너무 늦어서 혼자가기 무섭고……”
  그녀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뻔히 바라보며 말한다. 맑고 투명한 얼굴이다. 수줍어하는 기색도 없다. 단지, 무서워 밤길을 혼자 못가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소녀 같은 진실한 마음이 담겨있는 음성이었기에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내가 바래다줄까?”
  “예.”
  나는 포장 실에서 인기가 좋았다.
  아침 조회 때는 부서원 앞에 서서 작업지시를 내렸고, 간혹 친목을 위해 기타를 치며 <연가>,<목장 길 따라……>,<여고시절>을 합창으로 부르게 했고 설교를 하듯 작업을 독려하며 칭찬하고 했다. 하사로 군대를 갖다 왔기 때문에 사람을 통솔하는 것과 앞에 나가 크게 말하는 것이 적성에 딱 맞았다는 표현이 아마 맞을 것이다.
  그런 내게 그녀는 호감이 갔던 모양이다. 밖으로 나와 함께 걸으면서 아주 기쁜 표정이 역역하다.
  “선영이는 자주 빠지는 것 같아?”
  “예. 집에 일이 있어서요.”
  1KM 가 넘는 그녀의 집까지 가는 동안 몇 마디 하지 않은 듯싶다. 그리고 대궐같이 크고 빨간 벽돌과 대리석으로 장식된 이 층 슬래브 집까지 와서 멈추어 선 그녀가 웃으면서 하는 말,
  “다 왔어요. 이 집이에요. 고마웠어요.”
  그 큰 집으로 부끄러운 듯 달아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너무 잘사는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빈부의 격차가 너무나 컸기에 상상외로 충격적이었다고나 할까. 그녀의 집과 우리 집은 천지차이 이었다. 다 쓰러져가는 스레트 지붕의 흙벽돌 집. 그에 비하여 대궐처럼 크고 깨끗한 2층 슬래브 양옥집.

  그 다음 날부터 온통 그녀에게 빠졌으니…… 뭐든지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였고, 자상하게 대하려 노력했고 은근히 함께 퇴근하여 집까지 바래다주는 일이 기다려졌다.

  며칠 뒤, 우리는 또 다시 밤길을 같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