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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10. 왕따오리2

2004.11.20 07:18

문학 조회 수:3096



  500미터(m) 앞의 눈에 보이는 하얀 건물에서 좌측으로 돌아서면 구 조폐공사 건물이 위치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천,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아름답기만 한 전경이 뒤 바뀌는 것은 내 딴에 커다란 불만이었다.  높은 육교 탓에 전에 바라보이던 시야가 가로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이곳만은 다른 곳보다 틀리게 작업하고 있었다.
  터널식의 네모지게 구멍이 콘크리트 관을 토해 놓듯 계속적으로 콘크리트 거푸집을 작업하고 있다.  옥천에서 영동 쪽으로 시계 방향으로 회전을 하는 듯싶었는데 육교식이 아닌 터널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산을 뚫어 건설하는 것이 아니고 콘크리트 덩어리를 지상위에 드러낸 채 말이다.   꺾이는 지점이 바로 우리 앞이었다.
  “도대체 저게 뭐하는 거지?”
  “무언가 다른 공사가 아닐까!”
  “건물이라도 지을 심산인가 보지!”
  무엇을 짓는 것인지 일종이 터널 박스 형태로 작년부터 해오던 작업을 바라보며 궁금해 하며 동네 사람들은 한마디씩 떠들고 다녔지만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던 차에 드디어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지난겨울 추위로 공사가 중단되는가 싶더니, 두 사람이 현장 사람이 우리 공장을 찾아 왔다.
  “옥상에 올라가 사진 좀 찍읍시다.”
  그들은 사진기를 들고 나타나서 다짜고짜 사진을 찍겠다고 말했다.
  “저기 건설 현장을 찍어야 하는데 높은 건물이 없어서요.  옥상에 올라가 사진만 찍고 내려오면 됩니다.”
  “그러시지요.  그런데, 저게 뭐 하는 곳인가요. 고속전철 건설 현장 아닙니까?”하고 그동안의 의문스러운 점을 일단 물어보았다.  대답하지 못하면 승낙하지 않을 작정으로……
  “아, 예에-!  고속전철 맞습니다. 터널식으로 건설되는 것은 교차지점이여서 아래로는 철도가, 상판으로는  고속전철이 지나가게 하기 위해섭니다. 다른 곳보다 틀리지요. 그리고 이곳에서 철로를 가로질러 육교가 건설되고 완전히 반대편으로 방향이 넘어오게 됩니다.”
  그 건설 현장 관리직에 있는 간부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하였다.  그러나 내 눈에는 아직도 어떻게 건설되는 것인지 감히 잡히질 않았다.  단지 시야에 바라보이는 거대한 터널이 콘크리트 빛을 드러낸 체 가로 놓이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그 자연적인 풍광이 이젠 서쪽으로 가로 놓인 거대한 콘크리트 터널로 인하여 가로 막혔다는 사실 밖에는……
  그들은 우리 건물 옥상 위에서 사진 몇 장을 찍어 가면서
  “고마웠습니다. 가끔 사진을 찍어 가겠으니 잘 부탁합니다.”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었다.

   남동쪽은 좀더 자연적인 운치를 준다.
   비포장 된 둑길 옆으로 고압 전선이 줄을 지어 세워져 있고 아무 것도 심어져 있지 않은 논에는 물이 가득 고여 호수처럼 하늘을 끌어안아 보였다.  그 옆 하천에는 <순 오리>가 혼자 외로이 돌아다니고 다른 오리들은 세 번째 상류 쪽  보(논에 물을 대기 위해  하천 중간을 가로 막아 놓은 뚝)에서 놀고 있다. 멀리 바라보이는 크고 작은 산은 또 하나의 자연적인 웅장함과 그만 그만한 크기로 다가 왔다.
  너무나 감탄스러운 전경이었다.  일 년 전에는 이런 운치를 느끼지 못했었으니까.
  ‘여기가 내 집일까?  이 전경이 과연 가짜인가 진짜인가!’
꿈인 듯싶어 다시 한번 두 눈을 부릅떠 바라보면서 가슴 한껏 심호흡을 해 본다.

  저 멀리 하천 끝에는 왜관으로 이전한 옥천 조폐창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아무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썰렁한 입구와 그 옆으로 빨간 벽돌로 쌓은 숙사가 첫 눈에 들어온다. 전에는 노조가 써 붙여 놓은 현수막과, 건물 여기저기 어지럽게 뒹구는 잡다한 쓰레기 더미와 또한 도로 바닥에 스프레이로 쓴 구호들이 섬뜩한 느낌을  갖게 하였었다.  그 뒤 가 본적이 없었다.  처음 멋모르고 찾아 갔을 때 외에는. 그렇지만, 지금도 폐가처럼 비워 있을 터였다.  

  조폐공사 자리에 무언가가 들어선다는 얘기는 수차례나 있었다.
  “대전에서 한남 대학교 분교가 온다던데?”
  어떤 사람들은 그 말을 하고 다녔고 또 애써 믿으려 했다.
  “아니, 대학교 보다 연구단지가 들어 왔으면 좋겠어! 반도체 회사가 와도 십상이겠고……”
  “무언가가 와도 빨리 와야지 저렇게 빈 건물로 놀리고 있으면 뭐하겠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문과 무성한 유언비어 속에서 어느 것 하나 믿을 것은 못되었지만 이제 옥천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나로서도 바로 옆에 좋은 무언가가 와야 한다는 희망은 늘 떠나지 않긴 했다.
  조폐공사가 있을 당시에도 사람들은 대전서 출퇴근을 하였기 때문에 도로만 막혔지 사실상 발전을 시킨 것이 없었다고들 말한다.  보다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하여 무언가가 이전해 와야 한다고 말들 하지만 구구한 소문 중에 어느 것도 현실성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나의 조그만 소견으로도 믿기지가 않았다.  벌써 몇 년 째 텅 빈 건물로  덩그러니 누워 있을 건물과 장소가 일반 대학교 건물로 적당히 크다는 것 밖에는 본 것이 없으니 믿을 수가 없는 바였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무언가가 온다는 기대는 내게 떠나지 않는 감정일 뿐이다.   아마도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은 없는 게 이상했다. 언젠가 한 신호등 뒤에 있는 그 조폐공사를 들어가는 출구에서 회전하여 돌아 나오면서 아무도 없던 귀신이라도 나올 듯 썰렁한 건물들을 기억한 나로서도 궁금증은 해마다 더해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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