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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9. 왕따오리

2004.11.20 07:08

문학 조회 수:3068 추천:1



  봄이 되면서 암오리들은 알을 낳기 시작했다. 알을 낳는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작년 가을에 30일 정도 낳았지만 작고 말랑말랑했었다. 초란 때였으므로 껍질과 크기가 얇고 작았으므로 잘 깨졌었다. 봄에 새끼오리 열마리를 사다 놓았던 것이 가을철에 알을 조금 낳고 이제 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굵고 단단해져 보였으므로 매우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오리알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알지 못하였으며 막연히 공짜로 생기는 듯 여겨 졌는데 그것이 또한 즐거움이었지만 겨울 동안에는 낳지 않았었다. 또한 여름에도 낳지 않을 것이다.
  봄과 가을에만 알을 낳는 것인데 특히 봄에 낳은 알이 가장 시기와 맞아 떨어지면서 새끼를 부화하는데 제격이었다. 나는 오리 알에 대하여 유별난 관심을 기울였으며 나날이 불어가는 숫자에 대하여 처리의 곤란함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생각해 낸 것이 오리알의 부화였다. 부화에 대하여 좀더 자세하게 서술하기로 하자. 인간과 다르게 조류들은 알을 낳고 그것을 부화하여야만 종족을 번식시키게 된다. 하지만 집오리들에게 있어서 그만큼 자연적인 부화의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렇다고 전혀 부화할 능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암오리들은 숨박꼭질을 하듯이 알을 밖에서 낳으려고 했고 야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품고저 했다.  

  암 오리 중에 알을 낳지 못하는 오리를 <순 오리>라고 우리 가족들은 불렀다.  사람으로 치면 아직 숫처녀인 셈이다. 다른 암 오리 수오리가 등에 올라갈 때마다 등이 굽는 듯, 힘들고 다듬지 못해 확연히 깃털들이 고르지 못하고 엉성하게 보였다. 또한 매일매일  알을 낳아서 그런지 무척 먹는 것을 찾았고 늙어 보였다.  벌써 일 년이 되어서 일까? 그런 의문은 <순 오리>를 볼 때마다 여지없이 무너진다. 항상 깃털을 다듬고 매만져 털빛이 고르고 다듬어져서 빗질을 한 것처럼 늘 깨끗해 보였으니까.
  왕초 오리가 늘 쫒아 다녔지만 번번이 실패를 보았다.  아마 교미가 이루어지지 않는 듯싶다.

  감히 범할 수 없는 성(城).
  무너질 수 없도록 도도하며
  유리처럼 투명한 그 자태가
  언제 보아도 티 없이 맑기만 하구나!

  그리도 혼자,
  너의 무리에 합류하지 못하고 ,
  늘 너만의 세계에 고독하게 떨어져서,
  낙 없이 세월을 낚는 구나!
  
  순결은  더 이상 너를 보호하지 못한다.
  내가 바로 도덕이며 법률이며 율법이니라.
  그렇지만, 만인이 원하는데,
  너의 소원대로 자유(自由)는 줄 수 없는 법(法)이다.
  구속과 자유는 별개지만 하나라는 것,
  즉 너와 너로 인간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는
  자유라는 건 있을 수 없다.
  더 이상 나는 너를 보호해 줄 수가 없구나.
  더 늦기 전에 돌아가거라!  
  너만의 몸짓은 세상의 것이 아니다.
  종족보존(種族保存)을 위한 유전학적인 어미로서 구실을 할 수 없음은
  이미 생명을 잃은 것이고,
   너의 씨앗을 잉태할 수 없음에
   이젠 종말이 왔구나!

   갇혀진 암놈으로서의
  복종이 곧 자유이니라.
  나의 오리야!
  너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너의 동료이자
  무리에게 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주인으로서
  아니 너의 신(神)으로서 이젠,
   잡아 버려야만 한다.  
   아무런 목적이 없으니까……

   나는 그 왕따를 당한 오리를 불안한 눈으로 항상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에야 따돌림의 원인이 교미를 못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확증을 내리고 있지만 동료들에게 버림받은 동물들 세계에서는 치명적인 상처이기도 했다.  보기에 안쓰러워 그 애처로움에 시를 하나 써 봤다.  그만큼 그는 내게도 가외의 오리였다.  한마디로 제거 대상 1호인 셈이다. 그 고결하고 눈부실 정도의 도도함으로 인한 보상은 너무도 큰 것이었다. 무리에서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뒤쳐져 다닐 수밖에 없었으니까.  자연의 세계는 너무도 냉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무리에서 이탈된 오리는 늘 혼자였다.
  가끔가다 오리가 우는 소리가 나서 밖에 나가보면 이 녀석이 동료를 찾느라고 부르짖는 소리였다. 다른 놈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가 있었고……

  강렬한 태양 빛에 녹아드는 2001년 4월 18일 오전의 한 낮.

  공장 내부에서 밖을 바라보면 반대편 도로변이 바라보인다.  
  우선 서쪽을 바라보면,
  파릇파릇 돋기 시작한 풀잎이 이젠 짙은 녹색으로 뒤덮여 버렸다.  신호등 앞이 여서 차들이 이따금 정지한 채 서 있기도 하다.  국도 옆으로 국철(國鐵)이 놓여 있어 무궁화호, 새마을호, 화물 열차 뿐만이 아니고 가끔 차량 점검을 위한 수리용 차량이 레일 위로 지나간다.  그때마다 진동과 소음이 가득차는 것이고 특히 밤에는 더했지만…… 지금도 새마을호가 진동과 소음을 몰고 오면서 지나치고 있었다. 어느덧 차량은 지네와 같은 몸통을 길 게 늘인 채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철길 옆으로 한창 공사 중인 현장이 보인다. 바로 고속 전철 공사장이다.  여기저기 땅은 파헤쳐지고 공사장을 왕래하는 덤프 차량과 크레인, 등 각종 중기차들이 육교 위에 공사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작년부터 계속 이어지는 터널식 육교 반대편으로 계속하여 무언가

를 작업하는데 내용은 알 수가 없다. 전문가 외에는 어떤 식으로 어느 방향으로 육교가 나아갈 것인지 짐작하기엔 불필요 했다. 그것 때문에 전문가를 찾아다닐 필요가 뭐 있겠는가. 단지 교각이 서고 그 위에 육교가 놓여지면 그것이 고속 철도구나 짐작할 뿐 또다시 육교 위로 철로가 가설되고 차량이 달리기 전까지는 알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공사 인부들이 무언가를 깔고 있었다. 또 한 차례 콘크리트를 부을 태세다. 그럼 길 게 육교가 가로 놓인 것이고 연장선상으로 계속 뻗어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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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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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 옥천은 늘상 발전이 안되고 인구가 1년에 천명씩 줄었다.  http://munhag.com/bbs/zboard.php?id=ilgi&page=3&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