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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39. 새로운 도전(3)

2004.12.30 09:10

문학 조회 수:2867





  이곳 공단에 다닐 만한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처음 왔을 때의 내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지금의 회사 정문 앞에 아무런 연고도 없이 불쑥 나타나서 경비에게 물었다.
  “저어, 사원을 모집하지 않습니까?”
  지금이야, 그 경비들과 친하지만, 그 당시에는 낯설기만 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양식기 공장 앞에서 똑같은 내용으로 직원을 채용하느냐고 물었을 때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태도였다.
  첫 째, 주눅이 들어 있었지만, 너무도 당당하기만 하다. 억양에도 힘이 있었고 요구 조건도 챙길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봉급을 정하던 상황과는 전혀 달랐다. 테스트를 거쳐 당당하게 기술을 지닌 만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 째, 원하는 부서로 발령을 받을 수 있었다. 악조건의 현장에서 막노동처럼 불려 다니면서 일하지 않아도 되었다. 자기가 지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부서로 발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술을 지닌 것을 십분 활용하여 기계 부속을 가공하는 업무에 배치 받을 수 있었다.
  세 째, 원하는 만큼의 봉급을 요구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도 기능공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기술자가 비기술자의 열사람 몫을 할 수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가능하였다.
  이렇듯 나는 당당할 수 있었다.
  불과 2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한 사실에 나 자신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무슨 일을 할 수 있어요?”
  “아! 예, 선반 기술잡니다.”
  “그래요, 경력은 얼마나 됐습니까?”
  “예, 십 년입니다!”
  “그래요! 마침, 공무 과에 빈 자리가 있는 모양인데,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해보죠.”
  십 년이라는 경력을 말해 놓고 웃음을 참느라고 혼났다.
  경비는 전화기를 붙잡고 누구와 통화하는 모양이다. 계속하여 상대와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고 있었다.
  사실, 기술이 몸에 따른 것은 나름대로의 의지가 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주 옮겨 다니면서 여러 곳에 각기 다른 작업 환경에 적응한 탓이기도 했다. 그것이 경험으로는 불과 2년 밖에 안 되었지만, 당당하게 10년으로 이력서에 거짓 써 넣을 정도로 자신이 있었냐하면 사실 그렇지는 못했다.

  급한 걸음으로 한 사람이 걸어 와서 나를 아래위로 흩어 보면서 경비에게 말했다.
  “김 씨, 이 사람이 입사하겠다는 사람입니까?”
  “아, 예! 그 사람 맞아요. 한 번 테스트를 시켜 봐요?”
  “이력서를 갖고 왔어요?”
  키가 작달만한 사내는 이제 내게 묻는다. 나는 황급히 주머니에서 편지 봉투에 담긴 이력서를 내밀었다.
  “따라 와요!”
  그 곳 공장의 가장 안 쪽에 자리 잡은 공무과라는 부서는 예상대로 기계의 수리와 부속 가공을 맡는 모양이었다. 공무과 내에 금형부가 속해 있어서 반장이 전체를 통괄하여 관리하는 모양이었다. 네 사람의 금형부 사람을 포함하여 모두 열 명 남짓한 인원으로 공장 전체의 수리를 전담하고 있었다. 단지, 전기과가 따로 있어서 그곳 부서에 반장과 2명의 전기공이 있어서, 엄연히 공무과와 전기과가 분리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선반기계로 기술을 테스트 받았다. 그리고 시험으로 깍은 축(saft)을 제출하여 당당하게 합격하였고 높은 임금을 책정 받았다. 속마음을 숨기고 있었지만, 대 만족이었다. 얼마나, 갈망해 오던 변신이던가!

-그렇지만, 지금 그 공장은 부도가 나서 사라졌다. 결혼하기 전까지 몸담고 있던 직장이었다. 만약에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것이 어떤 정해진 방법에 의하여 돌고 있는 듯싶다. 거대한 쳇바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