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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38. 새로운 도전(2)

2004.12.24 08:52

문학 조회 수:2848 추천:1



  쇠 울타리 사이로 3미터 축대 아래 쪽 4차선 도로가 바라 보였다. 그 도로 맞은편도 마찬가지로 거대한 공장이다. 그 옆도 마찬가지이고……
밀집한 공장들로 이루어진 쌓인 공장지대(工場地帶) 한 복판에 위치했다. 경쟁이라도 하듯 하늘로 치솟은 굴뚝에는 공장 이름이 적혀 있다. 그리고 한결같이 거대한 건물이 정해진 구역 안에 운집하여 그 외형적으로 드러난 건물 내에서 각각의 필요에 의하여 작업자들이 일을 하고는 있지만, 내용은 알 수 없는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천편일률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사방 어디를 봐도 공장뿐이었으니까.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연통에서는 매연이 솟아오르고, 또한, 쿵쾅거리는 소음과 진동이 끊임없이 울리고 들려 왔다.

  울타리 밖으로 축대 아래쪽에 차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밖을 바라 볼 수 있는 철망으로 쳐진 울타리 안쪽으로 5미터 정도의 벚나무가 몇 구루 서 있다. 그 아래 벤치가 놓여 있는데, 그곳이 점신을 먹고 나서 잠깐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었다. 벽돌을 놓고 앉아 벤치를 책상으로 삼아 공책에 글을 쓰곤 했으니까. 마음속으로 접어 두고 있던 많은 상념들이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글을 써보라고 유혹했다. 그렇지만, 문맥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부족하여 오늘 생각하여 적어 둔 내용이 내일에는 까맣게 잊어 버렸으니, 제대로 쓸 리가 없어 습작에 불과 했지만, 여름의 휴가 때라던가 일요일에는 집 근처의 공과 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써보려고 하기도 했지만, 전혀 진도가 없고, 내용도 엉망이었다.

아, 글을 쓰려는 꿈은 아무리 크면 무엇 하겠는가!
생활의 방편으로 삼는 다른 일이 존재하고
너무도, 많은 시간을 빼앗는데, 무슨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단 말인가!
단지, 글을 쓰려는 시도는 마음으로 와 닿는
그저 조그만, 시도였으며, 꿈에 불과한 것을……

  전기가 직원이 천정에서 이동하는 고장 난 호이스트 위에서 떨어져 한 사람은 즉사하고 다른 한 사람은 중퇴에 빠진 사건이 생겼었다. 주물 공장이여서 호이스트 아래로는 크고 작은 쇳덩이가 현장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납품하는 업체에서 주문을 받아 형틀을 찍은 모래 속에 쇳물을 부어 만든 제품들이었다. 크고 작은 제품들 중에 재고품도 있고 생산 계획에 따라 납품하기 위해 준비 해 놓은 것도 있고 또한 불량품도 있고 그렇게 산더미 같은 제품 위로 5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니겠는가!
  그런데, 사망 사고를 당한 가족들이 산재보험(産災保險) 회사에서 지불하는 보험금으로 만족하지 않고 회사 측과 합의를 못하고 사무실 앞에 죽은 시체를 넣은 관을 놓고 요구를 주장하고 상복을 입고 와서 데모를 일주일 간 벌였었다. 결국에는 모든 종업원들이 일을 중단하고 사측보다는 죽은 직원 가족들 편에 섰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 조건은 결국 이루어 졌었다.
  “왜, 병원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회사에까지 연관 시켰을까?”
  상복을 입은 부인과 부모 그리고, 어린 자식들과 일가친척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막무가내로 대성통곡을 하며 버텼었다. 그런, 불상 사나운 모습이 회사 내에서 구경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동정을 가게 하였었다. 물론 사측에 너무 많은 요구를 한다는 것도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다.
  “저 사람들 심정이야 아무리 돈으로 보상한들 만족하겠어!”
  “왜, 저렇게 질질 끌고 있는 거야. 좋은 구경거리를 직원들에게 보여 주려고 작정을 했구먼! 쯧쯔쯔”
  혀를 차면서 200명가량의 직원들은 한마디씩 했었다. 전기 용광로에 불을 붙이고 주야로 교대 근무를 하던 사람들이 퇴근하지 않고 몰려들었다. 노조에서 중계하고 하면서 결국 사장이 조건을 들어 주기로 하고 모든 것이 끝났지만, 나는 그 내용을 소설 속에 옮겼다. 그리고 노사분규를 하던 사람들의 모습도. 그 분노한 사람들 속에서 사장이 곤궁에 처하여 식당에 전체를 모아 놓고 장황이 설명을 하고 있던 모습이 얼마나, 불쌍해 보였는지 모른다. 불행하게도 모든 습작들이 관리를 잘못하여 불타 없어지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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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기술을 배운지 어언 3년이 되자, 이젠 누구 못지않게 기술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큰 맘 먹고 대전 공업단지 내에 있는 주물공장의 공무 과에 입사를 했다.

  울타리 밖으로 4차선 도로가 있고 3미터 정도의 축대 아래쪽에 차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밖을 바라 볼 수 있는 철망으로 쳐진 울타리 안쪽으로 5미터 정도의 벚나무가 몇 구루 서있다. 그 아래 벤치가 놓여 있는데, 그곳이 점신을 먹고 나서 잠깐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었다.
  이젠, 어엿한 공무 과의 기술자가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마음이 안정되자 가장 필요한 것이 글을 쓰는 문제였다. 그동안의 잊혀졌던 생각이 그곳 벤치에 앉아 점심시간 마다 공책에 썼었다. 그리곤, 단편 소설 한편을 타자로 고치고 예쁘게 쳐서 사무실에 있는 화자(花紫)라는 아가씨에게 주워 읽게 했다. 1년 동안 짝사랑하였지만 말을 꺼내지 못하곤 하다가 어느 날 통근 버스에서 내리는 뒤에 그녀에게 읽기를 권했던 것이다.
  “이 번 가을 신문사 신춘문예에 낼 작품인데 한 번 읽어 봐 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