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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33. 오리알을 부화시키기 위해(4)

2004.12.13 08:35

문학 조회 수:3009



  제헌절 다음 날인 오늘 또 하나의 알이 부화를 했다.
  어제에 이어 새로 부화한 오리는 낮에 탄생할 수밖에 없었는데, 학교에 갔다 온 아이들이 자꾸만 알에 대고 소리를 치자, 그에 따라 반응하면서 점점 구멍이 원을 그리며 깨졌기 때문이다. 원래, 내일 나와야 정상이었다. 6월 15일이라고 매직으로 날짜가 적여 있었기 때문에 첫 오리와 비교하면 내일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다리에 힘이 없고 자꾸만 고개를 떨어뜨리고 잠만 자려고 한다.
  밤 열시를 조금 넘겨 일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두 마리의 오리를 확인하기 위해 종이 박스를 들여다보았을 때, 그래도 형제라고 포개져서 세상모르게 잠을 잔다. 그렇게 제 동생을 물어뜯던 첫 째와 둘째가 서로 다정하게 있는 모양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한 마리는 불과 하루 밖에 안 되었는데, 사무실 안에 놓여 있는 어항에서 둥둥 떠서 다닐 정도로 수영에도 일가견이 있었지만, 다른 한 마리는 영 힘이 없고 자꾸만 고개가 쳐지는 것이어서 불안스러웠다. 내일이면 확실히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부화기에는 연속적으로 넣은 오리 알들이 스무 여남은 개는 족히 되리라! 줄줄이 사탕처럼 탄생하여 족히 대가족을 이루리라! 그럼, 너무 많은 꼬마 손님들 때문에 즐거워 할지 아니면, 식구가 늘어나서 사료 값 때문에 울상을 지을지는 더 두고 볼 일이었다.

  “아빠, 어제 오리는 일초라고 할 거야!”
  딸이 새끼 오리를 내려다보며 제법 그럴 듯하게 이름을 지었다고 제 딴에 대단한가 보다.
  “그럼, 그렇게 하려무나.”
  종이 박스를 내려다보는 나와 두 아이들 그리고, 옆집에 포크레인 기사인 은영이 아빠와 세 아이들 그렇게 일곱의 머리가 일제히 새로 탄생하는 오리에게 시선이 갔다.
  아침에 보았을 때는 두 개 정도의 구멍이 난 듯 약간 알이 깨지고 치솟아 있었을 뿐이었는데, 저녁 무렵에는 크기가 점점 커지더니 결국에는 알이 고르게 원을 그리며 깨지고 뚜껑이 열렸다.
  “열렸다! 열렸어!”
  “와!”
  아이들의 함성에 새끼 오리는 제가 둥글게 깬 알껍데기를 비집고 나오려는 듯 온갖 몸짓으로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축축이 젖은 털빛은 검은 빛이었다. 단지 목 부분에 노란 털빛이 좀 뜨였을 뿐 온통 잿빛이다. 항문에 길게 줄이 늘어나서 아직 알 속에 남아 있는 잔류물과 연결되어 끊어지질 않았다. 어제 나온 새끼는 아침에 보았을 때 아주 깨끗했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부쩍 걸으려고 애를 썼고 주둥이로는 아무 것이나 닥치는 대로 먹어 대었는데, 두 번째 오리는 전혀 그렇지 않고 꾸벅꾸벅 잠만 자려고 했다.

  “어, 이 놈 봐라! 먹을 게 있다는 것처럼 달려드는데……”
  포크레인 기사인 은영이 아빠는 "일초"를 손가락으로 밀어 내면서 둘 사이를 떼어 놓았지만, 환장을 하고 달려들어 뭔가 냄새를 맡고 어제 제 몸을 추스를 때처럼 "이초"를 쪼아 가며 자꾸만 못살게 대들었다. 그럴 때 마다 새로 나온 "이초"는 기겁을 하며 튀어 오른다. 아픈 모양이었다.
  “어제 나온 놈은 쌩쌩하네요! 지금 나온 놈은 죽을 것처럼 흐물거리고……”
  아이들 함성에 아내가 궁금하여 들여다보는데, 자못 자식을 대하는 것처럼 눈빛이 부드럽다. 첫 번째는 아내가 온갖 지성으로 사료를 물에 불려 주고 음식을 손가락 끝에 묻혀 대주면 널름널름 받아먹고 하던 것을 신기해하면서 내가,
  “어허, 자식새끼 하나 나왔구먼!”하며 놀려 대곤 했었다.
  그만큼, 우린 오리 새끼에게 관심이 많았다고나 할까.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우시장에서 처음 사다가기를 때의 감회가 아니었다. 한 달 하고 사일 동안 부화기 속에서 태동을 지켜보다가 탄생하는 순간까지 결국에 우리들 손을 거친 모든 노력이 일시에 결실을 맺는 감격적인 순간이기에 더욱 그러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 그런데, 먼저 놈이 극성이야! 길길이 날뛰며 둘째에게 달려들어 물어뜯으니 어쩐 일인지 모르겠어?”
  “냄새가 나나 봐요! 어제, 제가 나올 때의 냄새를……”
  정말 그럴까? 아내는 그렇게 판단하고 두 놈을 갈라놓기 위해 밖에서 또 하나의 종이 상자를 갖고 들어 왔다.
  “한 놈은 이곳에 넣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두 놈을 떼어 놓기는 했지만, 저녁에 날씨가 좀 선선해 진 것 같아서 함께 넣어 두었더니, 어느새 함께 몸을 맞대고 자는 것이었다.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나은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전등을 껐다.
  "꽥꽥..."
  상자 안에서는 계속하여 탄생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울음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생명의 탄생은 인간이나 오리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처럼 새생명으로 인하여 많은 것을 새롭게 받아 들일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중요한가! 이제 새로 태어난 오리들로 인하여 풍성한 한해를 맞이할 것이다. 이 작은 생명이 커 나가는 모양을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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