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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32. 오리알을 부화시키기 위해(3)

2004.12.12 08:41

문학 조회 수:3081



    어제 밤에는 실금이 가고 두 곳이 깨져 있던 알을 부화기 속에서 가장 위에 올려놓았었다. 그리고 너무나 실패를 많이 보아서 이제는 깨트려 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 안에서 죽든 살든 제 운명(運命)이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이 팽배했었다. 그렇지만 생명이란 너무도 소중한 것이여서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귀에 대고,
  “꽥꽥”하면, 그 진동이 전해져서 알까지 느껴지는 것처럼, 작은 소리로 “꽥-꽥!”하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어찌나 신기한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서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소리쳤었다.,
  “이것 좀 보세요! 오리 알인데 부화직전인데...”
  “에그머니나! 그 것 참, 쪼슬러서 터졌구먼, 어여 갖다 놔! 그러다 죽을라?”
  “엥?... 글쎄? 낼이면 나올라나? 결국 성공했구먼!”
  내가 밖에 나가 안면이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흥분된 목소리도 소리치자, 한 마디씩 거들었던 것이다. 구멍이 뚫려 있는 것처럼 약간 깨져 있었을 뿐이었다. 쪼은 듯한 구멍으로 숨소리가 들렸으며 이까금 '쾍쾍' 우는 소리를 내곤 했었다. 아마도(여기서 위쪽이란 뾰족하지 않고 둥근 곳을 말함) 부분에 두 군데나 튀어나와 알이 똑 깨졌다. 손에 쥔 알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이 한결 더 커졌다. 알을 들고 걸어 갈 때마다 내부에서 새끼가 불안스럽게 움직이듯 싶었었다. 아마도 중심을 잡는 모양 같았다. 그렇게 어제 저녁에 보았을 때는 위쪽에만 구멍이 하나만 뚫려 있었다.

  아침에 부화기 속을 들여다 본 나는 깜짝 놀랐다.
  검은 오리 새끼 한 마리가 알 사이에 끼어 꼼짝하지 않고 있다가 내가 위에 감싼 걸레 조각들을 걷어 내고 안을 들여다보자, 기척을 알고 꼼지락거리는데, 알과 알 사이에 난 공간으로 다리와 몸통이 쳐 박혀서 움직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몸이 뒤척이면 뒤척일수록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 가는 것을 손으로 받쳐 조심스럽게 몸통을 쥐었다. 아직 털이 마르지 않아 거칠고 몸도 가누지 못해 발이 제각각 논다. 어제까지 감싸고 있던 알껍데기는 그 옆에 두 쪽으로 박살이 나 있었다. 나는 살그머니 한 생명을 걷어 올리며 말했다.
  “축하한다. 나의 오리 새끼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였다.
  결국 이렇게 성공할 일을 왜 그렇게 돌아 왔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먼저 나온 오리 새끼를 들고 3층 살림집으로 뛰어 오르면서 소리친다.
  “얘들아, 오리 새끼가 나왔다!”
  제헌절이라고 늦게까지 자는 모양이다. 다른 때, 같으면 벌써 일어나 학교에 갔을 터였다. 1km 의 거리여서 항상 나보다 먼저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아이들이 잠결에 내 소리를 들었나 보다.
  “예! 오리가 나왔어요?”
  큰 애인 딸이 놀란 음성으로 깨어 내 손에 들려 있는 검은 털로 뒤덮인 오리 새끼를 보았다. 털은 이제 갓 나와 거칠고 윤기가 없다. 부리 또한 쭈글쭈글하며 주황색의 다리는 몸과 겉돌았으며 약간 나온 날갯죽지는 힘이 없어 쳐지기만 했다.
  “야호!”
  아들놈도 그제야 상황 판단을 하고 번쩍 눈이 뜨여 종이 상자에 담긴 오리를 내려다보면서 신기한 듯 부들부들한 솜털을 매만져 본다. 그럴 때마다 새끼는 제 어미라고 착가이라도 하는 것일까 부리를 들어 손가락을 쪼이는데,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지라 자꾸만 뒤로 넘어 졌다가 또 일어나고 그 짓을 반복한다.
  “먹는 것을 보니 그래도 살 것 같구먼!”
  “글쎄, 사료를 물에 불려 주웠더니 금새 다 먹었지 뭐예요!” 하고 내 말에 아내가 토를 단다.
  가끔가다가 새끼오리를 들여다보면서 먹을 것을 주려고 손을 내밀면 모든 것을 받아먹는다. 물에 불은 라면, 과자, 감자, 그밖에 음식 찌꺼기를 모두 받아먹고 배가 차면 다시 잤다.
뒤뚱거리며 이곳저곳 먹을 것을 찾아 부리를 대고 달려드는 폼이 영락없이 제 어밀 닮았다. 어미들도 처음 사 왔을 때는 그랬으니까. 그렇지만, 저녁 때 어미 오리들이 들어와 새끼오리를 가까이 보내니 그 크고 무거운 부리로 자꾸만 물어 대려고 하여 다시금 내 손에 들려 방안에 종이 박스에 담길 수밖에 없다. 자꾸만 밖으로 나와 세상을 구경하려고 하려는 듯 튀어 오르는 모습이 너무나 과감하다. 넘어지면서도 일어나는 몸짓도 그렇고……
  몸도 못 가누면서 자꾸만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이유가 무얼까? 제가 세상에 태어났다고 표현하려는 것일까? 어린 모습이 매우 도전적이고 귀엽기만 하다. 계속하여 이렇게 도전적인 새끼들이 부화기에서 탄생하여 윤기 없고 자꾸만 깃털이 빠져 나가는 늙은 오리들을 대신하여 우리를 즐겁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