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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30. 오리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2004.12.10 09:15

문학 조회 수:3537



  처음 공장이 이사 오고 나서 겨울이 닥쳤다.
  가을에 이사 왔었으니까. 겨울은 쉬 다가 와서 우리를 추위로 몰아넣었다. 그래서 사무실 바닥에 보일러를 설치하기도 했다. 액셀이라는 흰 물관을 지그재그로 깔고 그 위에 시멘트와 모래를 썩은 콘크리트를 만들어 바닥에 깔아 주면, 아내가 흙손이라는 도구를 써서 미장을 했었다.
  그렇게 만든 바닥에 따뜻한 물을 보내기 위해 전기보일러를 손수 제작할 셈으로, 직경 20 센티의 쇠파이프를 길이 30 센티 잘라 내고 한 쪽을 용접으로 막아 물통을 만들었다. 바닥에 전기 희타를 깔고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하였더니 생각한데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그리곤, 순환 펌프를 설치했다. 희타가 꺼지면 자동으로 펌프가 동작하여 따뜻하게 데워진 물을 순환시키기 위해서다. 방바닥이 따뜻하게 되어 원하는 온도를 제어하자 그럴 데로 쓸만했다.
  간혹, 눈이 많이 내리던가! 일이 바쁘면 공장에 남아 사무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잠을 잤었다. 아내는 옥천 시내버스에 태워 퇴근을 시키고 말이다. 그렇게 임시로 만든 보일러를 사용하여 그 해 겨울을 그럭저럭 이겨 낼 수 있었다.
  이젠, 3 층에 살림집이 이사를 왔기 때문에 보일러가 필요치 않았다. 결국에, 그 용도를 모르다가 그곳에 오리 알을 넣으면 부화기(孵化機)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대략 2 개월 동안에 수없이 많은 알을 버렸다.
  처음 열 개는 온도를 맞추지 못해 삶아 져서 푹 익고 말았다. 그러지, 알이 까지기는커녕 며칠 지나니 냄새가 나서 땅에 묻었다. 마늘을 캐고 고추를 심은 밭에 모두 묻고 거름으로 주고 말았다.
  “에구, 이젠 단념하시지요!”
  아내의 비꼬는 듯한 음성이 내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뭐가 잘못 되었을까? 알이 익었다면 온도가 높았기 때문 아닐까?’
  전혀 부화기에 대하여 아는바 없었다.
  “차라리 부화기를 사는 게 어때요?”
  그렇게 권고하기도 한다.
  “이젠, 애초에 약조한데로 옷이나 한 벌 사지요. 룰룰랄라-아,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은 없다!”
  아내는 혼자 기분이 나는가 보다. 빙글빙글 웃고 있으니……
  처음에 아내와 약속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일러 통에 오리 알을 넣는 아내는 나를 보고
  “쯔쯔쯧, 거기에서 오리 새끼가 나오면 손가락으로 장을 지지겠어요!” 하고 놀리는 것이었다.
  “이거 왜 이래! 그래도, 내 딴에 심혈을 기울여 생각해 낸 건데…… 그럼, 내기를 하자?”
  “내기라고요……요……요!”
  요 자에 메아리까지 주면서 다시금 웃으며 자신 있어 하는 표정이다.
  “그래, 내가 지면 당신 옷을 한 벌 사 주지!”
  “정말, 그럼, 나도 선물 하나를 사주기로 하죠!”
  선물이라고 아내가 했지만, 그런 것까지 바라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처음 보일러를 만들 때도 아니는 믿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부족했어도 사무실의 작은 평수를 따뜻하게 하기에는 충분했었지 않았는가!
  “정말, 그렇게 약조한 거야?”
  “그럼요!”
  자신 있다는 아내의 음성이다.

  그렇게, 한 약속이 있었다. 알이 부화되지 않아 이젠 꼼짝없이 옷 한 벌을 사 주워야 할 형편이었다.
  “그렇다고, 아직 속단하기는 일러. 다시금 부화 시켜 볼 참이니까!”하며 큰 소리를 치고 다시금 알을 넣고 부화를 시작한지 20일이 지났을 때였다.
  도저히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100촉 짜리 백열전등을 켜서 손바닥을 바라보니 발갛게 비쳐 보였다.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을 시구. 땡이로구나!”
  최 진사 댁 세 째 딸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나는 기분이 날아 갈 듯 했다. 이젠 알을 까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백열전구에 비쳐보고 하면서 자세히 관찰하여 분명히 20일 정도까지는 살아 있었는데 30일이 넘어 한 달이 되도록 부화 되질 않아 알을 깨보니 모두 죽어 있지 않은가! 머리, 다리, 몸통, 날개 모두가 다 생겨 있었지만 죽어 버려 소용이 없었다. 죽기 전에는 알 자체가 생명력이 있었다. 그 색깔도 얇은 막이 안에 있는 생명체를 보호하면서 꿈틀대는 것이 역역했었지만, 죽은 알은 그대로 썩은 알처럼 흔들렸으며 아주 검은 빛을 뜨이었다. 그것은 확연히 드러나는 검은 빛이었다. 죽어 곪아 버린 것이다.
두 번째의 실패로 망연자실 했다.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다시금, 세 번째의 도전을 시도중이다. 이번에는 20일 정도를 넘긴 알을 유심히 살피기 위해 위편에 작은 구멍을 뚫었다. 그리곤, 훤한 불빛에 대고 내부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한다.
  아, 작은 원형의 알 속에 태고의 생명이 탄생하고 있었다. 그것은 우주였다. 자연의 오묘함에 절로 감탄한다. 흰 막에 보호되어 꿈틀대고 있는 저! 징그럽고 검은 물체가 움직일 때마다 나의 온 몸은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그저 노른자 흰자인 알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인지! 하얗고 둥근 오리 알에 많은 핏줄이 뻗어 있다. 알 전체가 생명체였다. 그리고 작은 해면체처럼 시커먼 형상이 그 둥근 원형체 속에서 꿈틀대고 이따금 움직여서 살아 있는 것인 줄 짐작케 한다. 그렇지만, 20 일을 넘긴 알들이 하나 둘 씩 다시 죽어 가기 시작했다.
  ‘아,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다른 알을 깨트려 본다. 잘못 선택한 알 속에서 완전한 모습을 한 오리 새끼가 꿈틀대고 있다. 그렇지만, 알 껍데기가 깨지자 이내 죽어 버린다. 그냥, 살아 꿈틀대는 생명체를 땅에 묻어야만 했다. 나올 때가 아직 되지 않은 탓이다. 아무래도 온도가 맞지 않는 듯싶다. 처음에는 온도가 높지만 점차 낮추어 주워야 하는 게 아닐까?
  다시금 온도를 낮추고 이제 두 개 밖에 남지 않은 알을 관찰 중이다.
  “에구, 징그러워라!”
  아내는 살아서 꿈틀대는 오리를 땅에 묻는 것이 너무도 슬픈 모양이다. 더 이상 바라보지 않을 것처럼 도망간다.
  두 개의 알도 실패할 것 같다. 그럼, 다시금 새 알을 넣어 다시금 시도해 보리라!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