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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12. 꽈배기 12-7. 꽈배기(7) 1

2005.03.07 11:16

문학 조회 수:2892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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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번화한 도심지의 네온사인 불빛은 그곳을 날아다니는 곤충의 유희(遊戱)를 불러일으킨다.  휘황한 번쩍거림 속에 새까맣게 벌레들이 날아들며 불빛에 몸을 부딪히면서 일부는 떨어져 내리기도 한다.
  '제 몸이 부셔지는 것도 모르는 것일까?'
  "타다닥!"
  손톱만한 풍덩이와 물에서 날아오른 물방게가 요란하게 부딪히고 그 사이로 작은 하루살이들이 새까맣게 조명등에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자세히 볼랴치면 눈에 들어와 찔리기도 하였다. 아침이면 모두가 죽어 떨어져 내리리라! 그렇게 불빛에 온몸을 부딪쳐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무슨 목적으로 날고 있는가! 알 수 없는 곤충의 세계를 충동질하기 위해 인간은 조명을 밤새 깜빡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시내를 관통하는 하천을 따라 즐비하게 술집, 룸싸롱, 다방, 노래방, 그리고 여관들이 늘어서 있었다.

  유독 강하고 눈부신 색체의 불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천 변에 줄을 지어 반짝이고 있는 네온 싸인 불빛은 나의 시야에 그렇게 절대적으로 비친 적이 있었을까. 그곳에 부딪히는 불나방의 날개 짓이 유독 강하고 극심하게 조명에 부딪히더니 결국에는 떨어져 내리더니 보이질 않는다.
  내가 찾고 있던 식당과 여관이 겸비한 건물에 번쩍이는 광고판을 발견하고 아주 멀리서부터 방향을 미리 잡고 그 쪽으로 향했다. 어떻게 보면 불나비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왜, 야간 업소의 간판은 저렇게 휘황찬란할까? 누가, 무슨 목적으로 저런 술집, 카바레, 성인 클럽, 여관 등을 찾는 걸까? 도대체, 저렇게 즐비하게 놓여 있는 유흥음식점은 무슨 필요가 있기에 밤새워 호객 행위를 하는 걸까! 라고 떠 올리곤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무엇이었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불현듯 지금은 신(神)의 선물인양 눈에 번쩍 뜨인다. 그렇지만, 지금 여자를 데리고 그곳으로 걸어가면서 인간인 내가 저렇게 불빛에 부딪히는 곤충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언뜻 떠 올려 본다. 그리고 그토록 이 불빛이 무슨 의미가 있는 줄 깨달았다. 나의 마음속에는 음흉한 생각이 꼬리를 몰고 일어났으니까.

  그녀는 내가 이끄는 대로 레스토랑이라 쓰인 네온사인 속으로 나를 따라 왔다. 지하였다. 그렇지만, 즐비한 레스토랑 중에 2층에 여관이라 쓰인 건물을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아! 왜, 이렇게 흥분될까?"
  마치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두려움으로 발걸음조차 떨렸다. 지하로 내려가 음침한 레스토랑의 구석진 테이블에 앉기 전까지……. 그리고, 술을 시켰다.

  "이번에 만나면 어떻게 해서든지 술을 사주고 여관으로 데리고 들어가거라!"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고모의 음성은 왠지 강력한 어조다.
  "……."
  "내 말 알아듣겠지? 모든 건 남자인 너에게 달려 있다. 여자들이란 행동으로 나타내는 남자를 따르는 법이다. 마음으로 아무리 애를 태우더라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이더냐! 네가 부처가 아닌 바에야 이 만큼 얘기해서 알아듣겠지……."
  "알았어요!"
  대답은 그럴듯하게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자니 누구에게 들킨 것처럼 불안으로 걷잡을 수없이 떨렸다. 19 살 먹었던 선영이와는 이런 감정이 아니었다. 우린,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렸고 늘 함께 있길 고집했으며 그러다 보니 입을 맞추고 서로를 찾았었다. 그것은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 그럴 용기조차 없었고 또한 지금이 아니면 이제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막연한 불안으로 인하여 사실상 강제력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하였다.
  "네가 그녀를 갖지 않는다면 이젠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내 말을 명심 해라!"
  "글쎄, 알았다니까요!"
  그렇게 대답하고는 수화기를 불에 대인 것처럼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