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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12. 꽈배기 12-6. 꽈배기(6) 2

2005.03.07 08:55

문학 조회 수:2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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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허, 남자는 스물아홉에 쥐띠고, 여자는 스물일곱에 범띠라 그럼 어디 볼까나?"
  인도변(人道邊)에서 점자로 된 책을 펼쳐 놓고 봉사 점쟁이는 손가락으로 더듬어 나가면서 무슨 내용을 중얼 거렸다. 검은 색 안경을 낀 얼굴은 홀쭉하고 가느다랗다. 코끝에 걸린 안경 너머에 흰 피부가 안경테의 그림을 또 하나 그려 놓은 것처럼, 햇볕에 탄 전반적인 피부와 유독 구별이 간다. 봉사여서 검은 안경을 쓴 것이 그림자를 만들어 그 곳만 살갗을 태우지 않은 듯 했다.
  "흐흠, 고양이와 쥐라서 안 좋군! 여자가 범이라면 드세고…… 남자가 쥐라면 부지런하고……. 어허, 불과 물이라……. 불이 나면 물로 끄면 되지만, 물난리가 나면 불로 막을 수가 없으니…….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여자가 불이여서 좀 났구먼! 단지, 여자에게 남자가 눌려 살 기세야! 어허, 그렇지만, 그런, 난관을 무난히 이겨낸다면 백년고락을 함께 할게야!"
  점쟁이의 음성으로 보아 심각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처음부터 나는 그런 각오는 했었으니까.
  "다른 문제는 없겠어요?"
  내가 그녀의 손을 잡고 점을 치는 봉사 앞에서 앉아 더 깊게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하여 미래를 물었다. 좀더 자세하게 듣기 위해 한 걸음 다가갔더니 이젠, 바로 코끝이다. 봉사는 다시금, 점자책을 뒤적이더니 다른 내용을 읽는지 중얼 거렸다.
  "어허, 두 남자가 꽈배기처럼 얽혔어! 삼각관계로다…… 쯔쯔-쯧, 어느 한사람이 죽어야 여자를 차지하겠는데……."
  "예!"
  나는 번쩍 놀랐다. 그렇지만, 여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기에 나처럼 놀라는 기색이 없다. 그렇지만, 결혼하기 전까지는 먼저 맞선을 본 남자가 바로 6촌 형제라는 말을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부정을 탈까봐서다. 만약에, 그 내용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얼마나 불쾌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암담하고 괜히 그녀가 무슨 문제가 있다고 막연히 짐작했었으니까.
  "당신들에게는 꽈배기라는 액운이 들었어? 어허, 복채가 어디 있나!"
  "아, 여기 있습니다!"
  나는 복채라는 소리를 듣자 지갑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점쟁이의 가냘프고 검게 탄 손에 쥐어 주웠다. 그러자, 빳빳한 느낌으로 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를 구별하는 것일까. 손으로 모서리의 양 날개와 종이의 감촉을 더듬더니 이윽고 다음 말을 한다.
  "자네가 액땜을 해야 해!"
  "액땜이라뇨?"
  "어허, 그래도 못 알아듣겠나? 먼저 여자를 차지하란 말일세!"
  "……"
  그 말을 남기고 봉사 점쟁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슨 뜻일까?

  "별 싱거운 소리도 다 하는 군요!"
  여자는 점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시켜 먹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 떠올랐다. 무엇보다 꽈배기라는 액운을 곰곰이 떠 올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