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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12. 꽈배기 12-3. 꽈배기(3) 1

2005.03.06 23:30

문학 조회 수: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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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 번째 만남도 도시(都市) 중심지 역(驛) 앞의 다방에서 이루어 졌다.
  우리가 약속한 것이 아니었다. 매파인 당고모가 양쪽 집에 전화를 하여 일방적으로 정하고 만남을 주선하였다.

  과히 싫지 않는 나로서도 구태여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중간에 나서서 강요하고 독촉하는 매파의 지극정성(은유가 있는 표현이다. 지극정성이라기 보다 독촉이라고 함이 좋을까? 만나러 나가기 전에도 몇 번이나 전화를 받았고 만나고 나서도 또한 그랬으니까.)으로 두 번째의 만남도 어렵지가 않았다.
  "그래, 어떠냐. 괜찮지? 거봐라 내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오니까 잔말 말고 꼭 붙잡아라! 내일 모래 토요일에 또 만나서 이번에는 그냥 차만 마시지 말고 맛있는 음식을 사줘라, 먼저 번에 저녁도 먹지 않고 나갔는데 식사도 못했다고 투덜투덜하지 뭐냐. 그리고 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다. 집 한 채, 얻어 준다고 했으니까.  직장에서도 네가 과장이고 책임자로 있어서 기백만 원씩 봉급을 탄다고 뻥티기를 해 두웠으니……."
  "조금 거짓말을 한 게 아닌데요... 하하핫... 뭐, 어쨌든 고맙습니다. 나중에 보답해 드리지요!"

  전화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푼수 끼가 있어서 이것저것 아무 것이나 쓸데없는 말까지도 지껄이고 있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렇게 반갑고 정다울 수가 없었다. 중간에 나서서 모두 지시를 하고 대변을 하니 어떻게 보면 다른 매파에게서 못 느꼈던 따뜻한 보살핌이 느껴졌다. 고마워서 눈물이 찔끔 난다.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하고 목소리가 젖어 들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 까닭 없이 흥분과 기대를 안고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을 생각한다. 누구를 만난다는 것. 그것도, 마음에 드는 여인을 상상하며 시계를 보며 너무도 늦게 가는 시간을 원망할 때의 심정을 아무도 모르리라! 그리하여, 마음이 날라 갈 듯 즐겁고, 저절로 기뻐서 흥얼거렸다.
  "오리가 왜 저래?"
  반장이 조장에게 묻자 친분이 두터운 조장은 반장에게 내막을 얘기하였나 보다.
  "잘 해 봐! 그래, 오늘 저녁에 애인을 만난다고……"
  "아, 예!"
  조장은 처음 내가 회사에 입사할 때 정문에서 나를 데리고 테스트를 시켰던 사람이다. 두 사람은 공무과에서 내겐 선임(先任)이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그들에게 보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요일 이였지만, 새빨갛게 녹은 쇳물을 형틀에 붓는 주물 부서의 자동 라인이 가동을 멈춰 있었기 때문에 내일까지 수리를 하기 위해 비상이 내린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우선 조장에게 얘기를 하여 잔업에서 빠졌다. 그 내용을 조장이 반장에게 말했나 보다.

  삶이란 돌고 도는 것일까?
  모든 게 변하기 마련일테지만
  직장생활에서 안정을 찾았고 반장을 통하여
  경리과 오 양에게 결혼을 하고 싶다는 내용을 보냈지만
  애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녀를 포기하게 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선회를 하였는데
  그것이 맞선이었다.
  올 해는 반드시 결혼을 하리라 결심을 하니
  무척 많은 맞선을 보게 되고...

  -우연찮게도 최근에 그들 두 사람을 만났는데, 회사가 부도가 나자 반장은 미니 나와 독립을 해서 나갔지만, 조장은 뒤 늦게 나와 여기저기 적응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금형반에 반장이 차린 작은 금형 만드는 공업 사에서 더부살이하며…… 너무나 아이러니한 일이다. 모든 것이 멈춰 있지를 못한다. 인간이 만든 모든 사물은 무릇 자연보다도 더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잘 나가던 회사가 노사 분규를 하고 I. M. F(긴급 구제 금융)를 만나 부도가 나서 직원들 봉급조차 못주는 악화 일로에 빠지다 보니 너도 나도 그만 두고 말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