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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12. 꽈배기 12-1. 꽈배기 1

2005.03.02 11:27

문학 조회 수:2888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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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꽈배기

  12-1. 꽈배기

     1


  2층이지만 번화한 중심지. 기차 역(驛) 앞의 2층 다방이다. 카운터 쪽의  음용수가 놓여 있는 벽면에 커다랗게 글씨가 붙어 있었다.
   '물은 Sefe'


  약속한 손님과 만났을 때만 웨이터가 다가왔다. 초라한 변두리의 다방이 아니었다. 모든 실내 장식이 분위기가 있고 색다르다.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도 아무도 소리쳐서 인사를 하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누군가가 도착할 때까지도 그리고, 전혀 관심도 없고 주문을 받지도 않았다. 그냥 앉아 있다가 나가도 전혀 부담을 갖을 필요가 없어 보였다. 단지, 손님이 부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약속이 깨지면 그냥 돌아 나가면 되었다. 그만큼 부담이 없고 손님들이 많아 상대를 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특색이 있었다. 동네 앞의 변두리 다방과의 차이를 느낀다.
  유리 창가에 앉았다. 창 밖으로 역이 바라보인다. 마치 구름에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둥실 떠 있는 느낌이 든다. 먼저 왔을 때와 분위기가 바뀌었는지 연출시키는 조명과 커튼 그리고, 탁자와 의자들이 흰색으로 밝아 보인다. 새로운 형태로 꾸며서 항상 새로운 기분이 든다.
  적어도, 손님에게 외향 상으로 고전적이면서 부담이 없고, 창 밖으로 화려한 도시의 밤거리를 제공한다. 이곳이 번화한 도심지 심장임을 내세우는 강한 느낌을 갖게 할 정도로 창을 배경 삼아 실내 장식에 신경을 쓴 듯하다. 유리 창가로 높게 꾸며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주는 것도 세심한 배려 같다. 그것이 프로와 아마추어와의 차이였을까. 의도적으로 만들었지만, 군데군데 하나도 흠집이 없었다. 또 한 가지 특별한 것은 창가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밖에서 훤하게 바라 보였다. 마치, 내부가 전부 바라 보여 멀리서도 기다리는 연인을 알 수 있을 것처럼…….

  약속을 하고 먼저 나와 있는 나의 뇌리에 어머니의 음성이 스치고 지나갔다.
  "세 째 집안의 석구 고모 있잖아? 그 년이, 어쩐 일로 전화를 다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정히 사정을 하는데 어쨌든 안 들어 줄 수는 없고…… 글쎄, 참한 색시가 있다고 입에 침이 마를 새도 없이 칭찬을 하는 게 아니겠냐. 게가 워낙 구라(거짓말)가 많아 못 믿겠지만, 어디 한 번 만나 보기는 하겠다고, 이 번 일요일 날 약속을 해 놓았다."
  먼저, 맞선을 본 것에 대한 불쾌감으로 이젠, 모든 것이 의욕을 잃어 반감했다. 맞선 자체를 혐오하는 기분이 들지만, 어쩌겠는가! 다른 대안이 없는데…….
  이렇게 한심한 적도 없었다. 너무도, 비참한 느낌이 들어 나가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오후 7시 약속 시간 10분전에 도착했지만, 당고모는 보이질 않는다. 그렇지만, 일요일 오후여서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아마도 기차역에서 시간이 남는 사람들 같았다. 시간을 보며 기차표와 맞춰 보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서는 틀림없었다. 우선은 창가에 빈자리가 없어 중앙 쪽에 앉아 있다가 빈자리가 나오자 창가로 옮겼다.
  길고 지루한 기다림, 그것은 선영이라는 여자 이후에 이렇게 결혼을 생각하기까지……. 나 자신의 껍질 속으로 숨어 버려 외부와 교류를 갖지 못한 고립 생활을 해 온 것처럼,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다. 창 밖으로 바라보이는 기차역 앞의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떠나고 찾아오는 모습으로 가득 차 있는 광장 앞의 진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런,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타고 이국(異國)으로 세상과의 단절과 고립을 위해 떠나는 것은 아닐까?'라는 어린 시절의 막연하게 감정을 앞세웠었다. 왕래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나름대로 행복해 보이는 모습들이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막연히 전에는 상상했었다. 그러나 현실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얼마나 답답하였는지. 또한, 꿈과 이상의 차이에서 오는 그 많은 번민과 경험이 이제는 모두가 통달해 있었다. 그리하여, 어느덧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찾아 안정을 찾기까지 많은 길을 돌아 왔다고 생각한다. 그 옛날에는 기차만 타도 가슴이 부풀고 꿈으로 가득차는 듯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차를 타면 편암과 안정을 잃고 흔들리고 어지럽고 답답하기만 하다. 그것은 이젠 완전히 정 반대의 계념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