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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둘이 산다는 것 (44)

2008.10.23 13:39

문학 조회 수:4501


  그 노인네는 법원의 집달관들이 방안의 가재도구 등에 붙여 놓은 빨간 딱지를 애써 딸과 사위에게 가리려고 하지 않았다. 이번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빠, 경돌이가 또 사고 쳤어요?"
  경돌이란 자신의 손위 오빠였는데 예전에 온 식구에게 보증을 세우고 돈을 빌려 썼다가 부도가 나서 쪽박을 찼던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렇다면 아마도 지금의 어려운 경기 탓이려니 여겨졌다.
  여행 사업을 하고 있는 오빠는 현재 시내에서 관광업소를 차려 놓고 관광차량과 렌트카까지 대행하고 있었다.
  "그래 이번에도..."
  "아빠, 미쳤어요! 이번에는 모두 얼마래요?"
  "2억이다! 그래서 내 앞으로 갖고 있던 땅과 재산을 모두 내놨다!"
    "그래, 경수 그랬지 큰 오빠 그랬지 둘 다 이혼 시켜서 잘된일 있쑤! 그렇게 이혼 시키고 그 돈 챙겨 넣고 나니 마음 편합디까?"
  그녀는 설교를 하듯이 부친에게 앙칼지게 소리쳤다. 연이어 그녀가 핏발이 선 얼굴로 말했다.
  "그 새끼... 아빠가 죽으면 이 집안도 끝이여요! 알아요?"
   맹랑한 딸이였다. 그러지 않아도 저의 집에다 보증을 세웠다가 막말을 해대는 통에 결국에는 빚을 갚았지만 이자가 밀려서 몇 번 넣어 준 것조차 억울하다고 하며 달려들곤 했었다. 자식들 중에 가장 만만하게 상대할 수 없는 딸이었으므로 부친으로서는 행여 조심을 하던 터였다. 그런데 끝내 밝혀진 마당에 이제는 더 잡아뗄라야 뗄 수없었으므로 불편한 심기를 들어내놓지 못하였으니 어찌나 사납게 지껄이는지 그야말로 혼을 쏙 빼놓는다.

  세상은 얼마나 너그럽지 못한가! 또한 아들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그 잔치에 시달려야만 할까? 2억을 부도냈다고 둘 째가 했을 때 처음에는 거짓 인 줄 알았었다. 남에게 못할짓을 다 해가면서 제 뒤바라지를 다 했건만 결국에는 부도라니!

  박 허수라는 노인은 그렇게 또 망연자실했으니 차압을 하기 위해 가재도구등에 빨간 딱지를 붙여도 두 손을 놓은 체 지켜 보기만 하는 자신의 처지에 이제 더 이상 희망이란 없어보였다. 부자가 망해도 삼년은 산다는 데 이 나이에 다시금 아들로 인하여 자신의 전재산에 차압을 당할 위기에 처하였으니,
  '이노릇을 어찌할꼬...' 하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할 뿐이었다.  

  하지만, 딸과 사위는 어떠한가!
  이 집안은 결코 잘되는 집안은 아니었다. 둘 째 아들이 사고 뭉치였으며 부친은 전적으로 둘 째 아들만을 위한답시고 밀어 줬었다. 그래서 일을 저질러도 크게 저질렀고 그것을 뒤 마무리하는 것은 보두 아비였다. 거기다가 모친은 한 술 더떳다.
  "너희들도 결돌이를 그렇게 봐선 안된다. 잘 될때는 도움을 청하고 손을 내밀더니 이제 부도가 났다고 하니 외면을 해! 오냐, 그렇게만 해봐라! 어디..."
  사실상 이것은 응과응보였다.
  주위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못할짓을 하고 줄 것을 안주고 결국에는 실속만 차리더니 모두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친척과 가까운 이웃들은 연줄이 걸리듯이 모두 걸렸으며 이 집안의 둘 째 아들의 안하무인하는 짓거리에 혀를 찻다.
  "그 사기꾼... 줄 돈은 안주고 떼어 먹고 어떻게 해서든지 돈만 욕심을 내더리 잘 되었구먼! 쯧쯧쯔 진작에 알아봤어!"

  박노인은 그래도 약간의 양심은 남아 있었다. 그래서 딸에게 그렇게 비아냥거림을 받아도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자신이 한 일을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적어도 둘 째 아들이 돈은 빼가고 모든 것은 자신이 떠안아야만 하는 억겁이었으므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음이다.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만 했다. 그런데 둘 째 아들은 필요한 돈을 빌려다 주면 절대로 내 놓지 않았다. 계속하여 아비를 독촉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기만 했었다. 그게 어디 제 돈인가! 모두 자기가 빌리고 꾸워다 쓴 돈이었다. 하물며 돈을 빌려온 사람과 억울하게 사기를 당한 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삼삼하게 떠올라서 죽을래야 죽을수도 없을 것 같았다.
  일이란 애초부터 너무 크게 벌리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한계에서 조금씩 시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신용을 얻어가면서 정직하게 사업을 했으면 적어도 이렇게 크게 부도를 맞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모두 자식 새끼 잘못둔 자신의 불찰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바둥바둥대며 돈을 빌려다 쓴 모든 노력이 이제는 허무한 연기였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떠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많음 피해를 준 사람들이 점점 목을 조여오는 듯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움증이 일어 났으니...
  
  딸이 아무리 아비에게 큰 소리를 쳐도 들려오지 않고,
  '이 어인 변고인고... 다시 쪽박을 차다니... 둘 째가 잘 나간다 싶었다. 다시금 음식점이 딸린 2층 건물을 사서 여행사를 그곳으로 옮겼을 때만해도 이젠 됐구나 싶었었지 않았는가! 그런데 불과 육개월만에 부도라니...'
  그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