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 모든 걸 새로 바꿔버릴 수 있는 운명적인 경우가 아직까지는 영향권을 주고 있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왜냐하면 내가 더 늙어서 직업적인 작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을 하지 않고 있어서다. 그만큼 지금은 기계 제작이라는 개인 사업을 내려 놓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일을 해야만 유일한 생계 수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까? 다른 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여기에 할애하게 된다. 일요일인 어제도 아내와 함께 출근을 하여 기계의 페인트 칠을 전 날 끝내고 조립 단계에 들어 갔었다. 그래서 부족한 기계 부품들을 오늘은 대전으로 나가서 사와야만 한다. 한 기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부속품들이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기계 한 대에 충당하는 여러 종류의 부품을 미리 주문해 놓는 것도 있었지만 갑자기 떨어져서 당장 구입하지 않으면 작업이 진행불가의 사태로 빠진다. 그래서 오늘 월요일 아침에는 대전으로 물건을 구입할 품목을 미리 적어 놓은 쪽지를 들고 구입해 와야만 하는 것이다. 

  '일이란 부속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의 싸움이었다. 그것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만큼 비용을 충당할 수 없었으므로 폐업을 하는 게 당연하다. 맞지 않은 운영을 계속 이어나갈 수 없어서다. 지금의 내 경우 이런 상태가 어느 정도 가까워 진 상태였다. 기존에 기계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확보된 자금력이 계속 이어지지 못하는 경영상의 부적절한 운영이 어려워지는 현실. 그건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새로운 기계의 개발을 중단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중요한 원인은 내가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개인사업을 이어 나갈 수 없었는 판단을 내 세울 수 있다. 그만큼 심각한 문제는 없었다. 엄청난 부담을 안고 연구를 하여 새로운 기계를 발명해야만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기존의 생산하던 것만 유지하고 마무리만 짓겠다는 뜻이었다. 

  기계의 연구는 많은 시간, 노력, 그리고 돈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다시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 내면 잠시 빤짝거리는 호황기를 누린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남는 건 다시 A/S 를 하여야만 하는 험난한 과정이 계속 이어지게 되고 다시 이런 악순환으로 인하여 하던 일을 중단하고 출장을 나갈 수 밖에 없는 고리가 남게 될 것이다. 기계를 제작하여 판매를 하게 되면 그 뒤부터 이어지는 고장을 직접 출장을 나가서 고쳐 주게 되는 데 그 과정이 내게 많은 건강을 헤쳐 왔었다. 기계를 제작하는 과정보다 뒤가 더 힘든 구조였으므로 언제나 부담스러운 뒤처리로 인하여 늘 노심초사일 수 밖에 없는 환경. 그것이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던 과정이었는데 나이가 65세(만) 로 인하여 점점 더 출장을 나가는 게 힘들어지는 추세였다. 그래서 그것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다시 세웠는데 그게 새로운 기계의 연구를 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다가 사업을 접어야만 한다는 것으로 바뀐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기존에 기계는 제작하여야만 하였다. 제고품을 갖고 주문만 들어오면 판매가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그런 최하위의 조건만 유지하기 위해서도 건강이 지속되는 한 기계 제작을 위해 필수적인 부속품을 준비해 두는 것이다. 

  현재는 두 대의 기계를 주문 받아 놓았고 그 중 한 대가 며칠 내로 완성되게 된다. 이렇게 그나마 다시 주문을 받은 기계를 완성하는 데 있어서 난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지속 가능한 관리가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건 당연하였다. 크고 작건 일이란 그 한계성에 내몰리게 되면 언제나 문제른 낳는다. 그리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 완성을 위해 목적 달성을 계속 이어나가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것도 자금력이었다. 

  조달된 돈이 부족할 경우 적절하게 값을 치루지 못할테니까. 그만큼 수입과 지출이 명목상으로 이미 계산된 관계로 여전히 부담으로 남게 된다. 이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하지만 한창때는 이런 관계가 순조로왔었다. 다음 주문을 받게 되면 계약금으로 해결하면 되었으니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순전히 내 재산만으로 기계를 제작해야만 했을 정도로 그 조건이 다르다. 반드시 돈을 미리 받는 게 아닌 후불제로 바뀐 건 그만큼 곤란하게 만든다. 그것이 나중에 기계를 납품하고 월 세로 바뀌어 할부금으로 남게 되는 것도 더욱 곤란함을 유발하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런 단계를 순차적으로 겪으면서 결국에는 몇 년 뒤에는 사업을 끝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렇게 나마 사업을 접게 되는 것도 하늘의 뜻일 테니까. 내가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도 그만큼 체력이 부족해지는 걸 인지한다. 아내는 벌써부터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그만큼 이 일이란 한계성이 도달하기 직정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이 일에 손을 떼고 내가 하고 싶은 문학에 전념하고 싶다고 느끼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게 있었다.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가부장적인 임무에 출실하여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어렸을 때무터 가난한 삶에서 지금까지 전신을 뒤덮은 탓이리라!

  아, 그 날, 나는 홀로 나그네가 되어 길을 떠나는 꿈을 꾼다.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 모든 걸 내려 놓고 홀연히 길을 걷는 게 모든 것이 되는 것이다. 돈이 노예가 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