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꿈자리가 사나웠습니다. 양 쪽 코가 막혀서 숨을 쉴 수 없었는데 그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혼란을 일으키네요. 그리고 몇 차례씩 깬 뒤, 화장실에 가야만 할 정도 잠을 설쳤답니다. '왜, 그럴까? 이렇게 내 몸에 이상한 증상이 나타난 이유가...' 그렇게 전 날 독감, 코로나 예방 접종을 받았던 휴유증으로 시달리다 보니 잠을 깊게 잘 수 없었을 정도로 불편한 증상을 겪지 않을 수 없어지요. 만 65세라고 예방 접종도 무료로 받았지만 그만큼 이제 뒷 방의 퇴물로 물러난 느낌마저 없잖았습니다. 여러모로 보나 나이가 들면 서럽다는 말이 있지만 내게는 그런 심정들이 까닭 모르게 슬퍼집니다. 여기 저기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하였을 정도로 아쉬운 부분들이 서서히 다가와 주위에 마치 저승사자처럼 늘어서 있는 안타까운 심정이 가슴을 젖시게 되니까요. 하지만 결국 살아 있는 동안은 무언가 추구해야만 하는데 그게 형편이 닿는 동안 직접과 연관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숨을 막히게 앞을 가로 막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소원은 문학, 음악 같은 돈이 되지 않는 한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답답하게 감싸 왔습니다. 내가 가는 길이 결코 노년에도 계속 직업에 관한한 무한하게 이어진다는 게 그만큼 슬픔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되었으니까요. 언제, 그 직업에 관한 그 일을 그만 둬야만 할지는 모릅니다. 다만 지금까지 그 일에 관해 철저하게 특화된 내 신체가 쉽게 손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당장의 물질적인 돈을 떨려낼 자신이 없어서지요. 

 -내가 만든 기계를 전주의 한 연구단지에 납품한 뒤... 기계를 제작한다는 건 그만큼 돈을 벌기 위해서였고 그래서 놓을 수 없었다. 이런 모순된 결과론을 보면 노년에 다다른 상태에서도 그 끊질긴 악연을 이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여기면서도 끊임없이 마음 속에서는 부정을 하게 된다. - 

  487. 몸에서 열이 나지는 않았지만 헛 꿈을 꾸는 듯 꿈자리가 사납다. 그것이 두 가지 예방접종을 한꺼번에 맞았기 때문이라는 걸 이해하는 건, 그만큼 잠을 설쳐서 계속 뒤숭맹숭한 탓이었다. 예방접종을 맞고 타구장에 가지도 않았다. 힘든 일을 하지 말라는 간호사들의 주의 덕분이다. 전 해에는 무턱대고 탁구를 쳤었는데 그 때, 몸에서 열이나서 죽을 뻔한 기억이 났다. 저녁을 먹고 밤 10시까지 탁구를 췬 뒤, 잠 자리에 들었는데 몸이 펄펄 끊었고 뼈 마디가 쑤셨었다. 그런 불편한 기억이 떠 올라서 급히 탁구장에 가지 않고 집에 돌아왔고 다만 피아노 학원에 갔을 뿐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운명처럼 다가 왔다. 결코 노년의 길에 대한 가능성은 문학적인 꿈으로 이어지지만은 않는다는 걸 은연 중에 깨닫았다는 건 그만큼 불편해지는 직업적인 부담이 크게 다가와서 결국에는 더 이상 짊어질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만이 크게 작용한다는 건 능력을 상실을 가져오게 될테니까.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건 순전히 직업이 다 하는 때에 다다라 갈 때,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서 먹고 살까?'

  그렇게 우려를 갖게 됩니다. 늘상 그랬던 것처럼 돈을 벌지 않으면 살아 나갈 수 없을 것같은 암울한 기분이 늘 감싸 왔는데 그건 결국에는 문학적인 길에 몰입하는 방향을 어긋나게 한다. 돈을 버는 길이 아니니까. 그러다보니 계속하여 기계 제작이라는 직업을 유지하는 길이 최선책이라는 걸 나침판처럼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노년에는 모든 걸 접고 뜻에 따라 살고 싶다는 소원은 실천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건 아무래도 미리 준비를 해 두지 않는 내 부주의한 탓 같다. 

  '그렇게 한탄 한 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아직까지도 직업적인 일에 손을 놓지 못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텐데...'

  여기서 내가 아직도 직업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두 가지고 들 수 있다. 한 가지는 40년을 유지해 온 기계 제작이라는 개인 사업이 계속 유지되어 오는 이유였다. 거래처들과의 관계가 이어져 오고 있어서다. 내가 납품한 기계를 사용하는 한 유대관계는 끊을 수 없었다. 기계가 고장이 나서 자체적으로 수리가 불가능할 경우 내가 출장을 나가야만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지 못하여서다. 두 번째는 그것이 돈이 되었으므로 유일한 생계 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지금의 내 입장에서 기계를 제작하는 개인 사업은 그만큼 많은 부분에서 전반적인 생활을 지배하고 있었다. 내 시간의 낮 동안에는 모두 그에 따라 종사하여야만 한다는 제약이 무엇보다 늙어 가는 현실에서 쉽게 문학으로 전환 시키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쉽게 그만두면 될텐데 왜 그러지 못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로 압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