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50분에 깨었고 이때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대전까지 12km 를 1톤 화물차를 운행하여 나가야만 대전역에서 5시 28분 무궁화호 열차를 탈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곤 이렇게 달라진 풍속도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됩니다. 불과 5시간 정도 잠을 자지 못했고 열차에서 약간 눈을 붙인 것같았지만 갖고간 노트북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게 더 중요한 사항이 되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체 영등포역에서 이번에는 전철과 버스를 타고 목적지인 김포 누산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기계 수리를 마친 뒤, 이번에는 역순으로 되돌아가야만 하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420. 매번 위기때마다 나를 건져 올려지는 다른 곳에서의 기계 주문. 한 곳에서 손해를 보게 되면 그 피해가 막중하여 그야말로 모든 계획에 착오가 발생하고 의기소침 해 지며 결국 침체된 국면으로 빠져 버리곤 했었다. 그것이 개인사업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는데 이때마다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은 다른 선의적인 거래처에서 주문을 받고 그것을 복구하는데 아주 오래동안 적자를 감수해야만 한다는 게 그동안 경험으로 축척되어 왔었다.

그런데 개인사업 35년 차인 지금까지도 그런 어려운 여건들이 펼쳐지리라는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이번에는 나를 위기에서 건져 올려진 사건이 발생하였으니...





이렇게 7월 30일부터 시작된 위기설이 어제부로 끝나게 되었는데 그건 주문 받은 기계를 취소하고 다른 곳에 납품하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계 제작에 대한 비중을 점차 줄여 나가지 않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여 왔었다. 무리를 해 가면서 새로운 기계를 연구하여 개발하는 단계도 나이로 인하여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내수를 위해서 조정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돈을 적게 벌게 한다는 것도 안다.

'그만큼 물품 판매와 옥천에서 들어오는 일을 한다는 건 이익이 나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그 정도의 계산도 되어 있었다. 단지 마음적으로 준비가 덜 되어 있을 뿐이다.

어제 출장을 나갔던 누산리의 W.Jin 이라는 곳에서 기계 주문을 새로 받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제작하고 있는 발안의 D.J 라는 곳에서 취소된 기계를 가지고 가겠다고 계약을 구두로 하게 된다. 다만 대금은 2차에 끊어서 갚기로 약속을 하고 어제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었다.

'설마 이곳에서 계약을 취소하겠어!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겠나고...'

사람이 신의와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만 할 의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A 라는 곳에서 그런 신의를 저버린 행동으로 인해서 그만큼 불쾌함을 느끼고 그를 경멸했었는데 다시 새로운 계약이 성사되어 활력을 찾게 된 셈이다. 모든 게 바뀐다. 그 영향으로 다시 새처럼 가볍게 하늘을 날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이것이 물질적인 피해를 본 뒤의 우울했던 기분을 일시에 상쇠 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계약금을 돌려 준 뒤, 침체된 분위기를 다시금 활력으로 체워 넣게 된 사실들을 상기할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이런 불리한 경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지만 그건 세상인심이 다 그렇게 자기 위주로 돌아간다는 걸 반영하기도 하였으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였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 사람과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걸 역설적으로 증명해 낸 셈이다. 그것을 위한으로 삼을 수 밖에 없었지만 애궂은 건 앞으로 일어난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것임은 틀림이 없다.

421. 이번에 출장을 간 누산리의 W.Jin 이라는 곳은 어떤 곳인가! 그곳을 B 라고 칭하겠다. 30년의 거래처이기도 했다. A 보다도 더 오래전에 거래를 해왔던 만큼 새로운 돌파구를 그동안 여러 차례 내게 제공해 왔던 셈이다. 그러나 남편이 지병으로 죽고 사모와 그녀의 며느리가 함께 운영하는 회사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