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월요일. 오전 11시 29분입니다. 모니터에 두 개의 창을 열어 놓고 한 쪽에는 글을 쓰고 다른 곳은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봅니다. 튀니지 여행을 하는 젊은 남자의 직접적인 경험을 2주 전에 찍어서 올린 내용 같습니다. 여행하지 않고서도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건 바로 유튜브의 장점 같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구분을 하여 동영상을 시청하여야만 하는 듯 합니다. 시간을 낭비한다는 게 무엇보다 그 이유였습니다. 건건한 동영상을 찾아서 보는 게 유용하다는 사실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136. 기계 제작이라는 본업에 집중하는 것은 매일 똑 같은 작업을 하여 무료하기만 한데, 간혹 유튜브로 동영상을 관람하는 게 유일한 낙처럼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시간을 둘로 쪼개어 느끼는 것처럼 한 쪽은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는 것처럼 시청하면서 글을 쓴다.

  42인치의 컴퓨터 모니터로 두 곳으로 창을 띄워 놓고 한 쪽은 여행을 하듯이 동영상이 뜨고 한 쪽은 내 홈페이지에서 글을 쓴다. 모로크, 튀니지, 터키(튀르키예), 태국, 라오스, 베트남... 등등. 

  오늘 출근하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오후에는 아마도 다시 출근해서 어제 하던 볼스크루우 작업을 연결해서 하게 될 것이다. 

  일요일이지만 마음 놓고 쉰 적이 없었다. 공장에서 일을 하여야 한다는 게 그만큼 지금의 모든 걸 장악하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이다. 글을 쓸 때던가, 탁구를 친다던가, 공장에서 일을 하던가 하는 모든 것을이 하나에 몰입하면 반드시 집중해야만 하는 중요한 사항이기도 했다. 

  137. 기계에 몰입하게 되는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지금까지 35년간의 세월을 기계 제작에 보냈는데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게 돈을 벌게 해 줬고 지금은 재산을 어느 정도 모았다. 이 모든 게 기계를 제작하여 그만큼 성공하였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며, 많은 시간을 작업한 결과라는 점이다. 남들과 다른 인내가 요구되는 이유는 그만큼 기술적인 부분을 계속하여 개발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찾아 내어 수정하여 왔었다. 그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졌는데 문제는 여전했고 다시 새로운 방법으로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문제에 직면한다. 

  급박하게 변해가는 기계의 신기술을 따라가지 않으면 결코 적응할 수 없는 새로운 전환점에서 그에 따른 연구와 공부가 필요했다. 기계 부품의 단종과 새로운 데체품의 등장이 그만큼 기존의 방식대로는 적용할 수 없게 되어서 끊임없이 연구가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간혹 몸으로 움직여서 작업을 하는 게 아닌 컴퓨터와의 싸움이 일주일 째 계속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로그램과의 싸움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처럼 기계를 제작하는 개인 사업자로서 모든 것을 CEO 인 내가 혼자서 모두 도맡아 하게 된다. 혼자서 작업하는 탓이다. 아내는 보조자지만 내가 작업한 뒤에 후처리 작업에 투입되어서 그다지 중요한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좀더 많은 일을 하여 보완이 필요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중요한 작업의 대부분은 내 손을 거쳐야만 했으므로 모든 작업은 내 몫이었다.

  오늘도 일요일에 나만 출근하려고 한다. 아내는 지인들과 모임을 갖는 게 대체적으로 많았다. 그러다보니 일요일에 출근하는 건 나 혼자다. 혼자 있을 때는 점심과 저녁 중 한 번을 건너 띄기도 한다. 대신 주점부리를 먹는데 오늘의 경우는 점심을 먹을 시간이 없어서 고구마를 때웠다. 내가 찌게를 끊여서 먹어야만 했는데 귀찮아서다. 그리고 오후부터는 출근하여 어제 작업하던 볼스큐루우를 베드에 부착하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뒤 늦게 출근하여 작업하는 것도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집중력을 찾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사로 잡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습관적이었다. 일요일 출근은 항상 내 자유를 빼앗게 된다. 그 이유는 평일에 뒤처진 작업을 보출하기 위해서라는 개념이 맞았다. 그리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일을 맞출 수 없다는,

  '똥줄을 탄다.'고 할 수 있는 관념. 그러다보니 내 생활은 늘 기계제작이라는 일에 쫒겨 살고 있었다. 그것이 벌써 35년의 세월동안 계속되어 왔던 똑같은 의식속에 자유는 침해 된다. 이렇듯이 내 생활의 전반적인 시간은 모두 기계를 제작한다는 의식에 휩싸여 통념적인 생활 습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 전체적인 시간을 쪼개서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작음 바램이 존재하는데 그 시간은 요원하다. 한 가지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잠식당하고 생각과 집념과 모든 집중력이 몰려 있어서다. 노력과 생각을 모두 한 곳에 쏠려 버린 탓에 다른 희망은 뒤 전으로 밀린다. 그래서 기계제작이라는 개인 사업으로 인하여 내 생활의 전부는 종속되고 말았었다. 한 마디로 돈의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이다. 일 중독에 빠진 탓에 모든 생활이 여기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아내가 유방암에 걸린 뒤부터 오히려 더 내 시간을 빼앗긴 느낌이 든다. 아내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차라리 나도 사업을 접고 싶었다. 아내가 참여하지 않는 작업만큼 내게 더 많은 일이 부담된 건 당연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어 내가 일요일에 출근하려고 하는 더 큰 책무로 다가왔다. 

  '이번에 기계를 납품하면 당분한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할 수 있을까? 아니, 그렇게 하자!' 하고 내 마음 속에 약속하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사실이 됐다. 왜냐하면 아내가 더욱 내게 많은 짐을 지운 탓이다. 그녀가 하던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밖으로만 도는 동안 나는 남아 있는 일거리를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그러다보니 들어 온 기계의 납품 날짜에 당연히 신경이 쓰이고 아내가 참여하지 않는 일을 내가 더 하게 되면서 내 시간은 점점 줄어 들 수 밖에 없었다. 

  아내는 내가 더 많은 일을 하는 모습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이제부터 당신 혼자 일을 해요!"

  "왜, 그까짓 유방암에 걸렸다고... "

  "이제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 죽어요! 일을 하지 말라고 그랬단 말여요!"

  "일을 하지 않으면 굶어 죽지 않겠어? 그런데 살아 있는 동안 돈을 버는 게 최선인데... 놀자고 하면 어디서 돈이 나와?"

  "그래도... 일을 하면 다시 병이 재발할테고... 그때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고..."

  "누가 그래!"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다고 하네요!"

  "그럼 내가 무덤을 팔테니까 그곳에 들어 가! "

  "살아 있는데 왜 죽으라는 거죠?"
  "한심해서 그런다!"

  138. 유튜브를 보면 직접 여행을 다니는 것처럼 생생한 개인 동영상이 떠 돈다. 내가 홀홀 단신으로 떠나고 싶은 무전 여행의 모습이 그대로 전달되어 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젊은이들이 건전한 모습으로 세계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만큼 자유로운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견해가 내 시대와 차이점이 많음을 느낀다.

  나는 19세 때부터 일을 했었다. 너무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상업계고등학교 3학년에 공장으로 실습을 나가야만 했던 모습은 가족들을 버리고 여행을 다닐 수 있을만큼 너그럽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공장생활의 연속이었다. 모친이 고생하시는 모습, 아버지의 알콜중독으로 무능한 생활, 그리고 세 병의 남동생들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것이 내가 갖고 있는 의식의 전부였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취직을 한 곳이 봉제공장이었는데 그곳에서 그 시대의 우리나라 사회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6.25 전쟁 이후 봉제공장의 경공업 시대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과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의 실정이 인구의 증가로 도시의 공장지대가 들어 서는 공업화 되어 가는 과정 중에 19세의 나이로 공장에서 맞게된 나름대로의 직접적인 사회 생활의 시작을 고등학교 3학년 실습생으로 바라보았었다. 그 당시의 내 모습은 지금처럼 넉넉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한시라도 학교를 나와 사회에서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것이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의 전부라고 해도 관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에서는 어머니의 고생하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무능력한 남편과 결혼하여 네 명의 아들을 둔 여성의 모성애가 얼마나 가슴 아프게 다가왔는지... 

  오로지 일을 하는 것만이 내가 짊어진 멍울이라고 자각하게 된 계기였다. 문든 나는 내가 처한 위치에서 무엇을 하여야만 하는 지를 깨달았다.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자!' 

  그렇게 해서 내가 고증학교를 마치기 전의 3학년 시절은 봉제공장을 전전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해 4월에 해병대 하사로 입대한다. 여기서,

  '왜, 돈을 벌어서 가족을 부양하지 않고 군대를 가게 된 것일까?' 

  그건 바로 사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었다. 봉제공장은 우후죽순처럼 생겨 났지만 사양사업이었고 봉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더 이상 비전이 없었다. 경화학 공업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한국은 이제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새로운 발전을 시도하고 있던 때였다. 봉제공장과 방직공장들은 다시 인건비가 저렴한 다른 동남아 국가로 이전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다보니 봉제공장을 전전하던 모습의 내가 싫어졌다. 다른 대안의 찾기 위해 경험을 필요로 했고 그것이 군대였다.  

한국인에게 역대급으로 친절한, 알려지지 않은 나라 - 튀니지 〔01〕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