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밤 1

어제는 밤 11시까지 공장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주변은 그야말로 죽은 듯 고요합니다. 그러면서도 홀로 도도하게 대구의 S.G 기계의 해드(머리)부분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당해야만 했습니다. 아무래도 새 기계여서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움직이는 부분에서 뻑뻑하여 무리함이 발생하였고 그것을 뺀매는 과정에서 망치질로 인하여 나사 부분이 빠져 나오지 않게 되었지요. 조립만 하면 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무리하게 밤 늦게까지 끌고 갑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그냥 뒀다가는 내일까지도 같은 작업을 할 것 같았서 마무리를 짓는 것입니다. 뚱땅 거리는 망치소리가 밤 늦게까지 울려 퍼집니다. 이웃이 없는 한적한 곳이여서 민원이 들어오지 않지만 도시에서 세를 얻어서 작업할 때는 절대로 이렇게 늦게까지 못하였었지요.

54. 하지만 어제 오후 3시10분부터 6시까지 탁구를 치러 탁구장에 갔었다. 경우에 따라서 낮에 탁구를 치게 되는데 황 씨가 전화를 해서 낮에 탁구장에 가자고 했었다. 토요일 오후에는 탁구를 치게 되는 두 사람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황씨에게 전화를 받은 뒤, G 씨와 오후 3시부터 탁구를 칠 수 없는지 의사를 묻게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을 데리고 온다고 했다. 그래서 4명이서 탁구장에 만났고...

어쨌는 탁구를 치게 된 건 낮 시간을 소요하였으므로 대시하여 야간에 공장에서 늦게까지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것이 예전과 다르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골목에 울려 퍼지는 그라인더 소리에도 주민들은 시끄럽다고 했다. 그래서 한 여름에도 샤타문을 닫고 소리가 나가지 않게 작업하면서도 끊임없이 민원을 받아서 지장을 초래했던 대전굉역시의 주택가에 우연히 들어가서 공장을 운영하던 때를 떠오르게 된다.

그곳에서 이사를 온지 22년 째였다. 2000년도에 이사를 와서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겪어야만 했었으니까.

55. 오늘 아내는 아침 일찍 나갔다. 일요일에는 만나는 모임이 있었다. 함께 모여서 놀러도 다니고 즐겁게 음식을 먹으면서 지내는 계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계를 하기도 하여 계주는 뽑기에서 전했고 20만원 정도 받았다. 그리고 그 당선된 사람은 그 날의 음식을 샀고...

얘기만 들어서는 도통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와 다르게 아내는 사람들과 모임을 많이 가졌다. 이곳 옥천이 고향이기도 해서 우선 동창들이 많았는데 그 모임도 상당했다. 그러다보니 함께 일 하여야만 한다는 관념도 무시된 체 집을 나가서 하루 종일 그들과 함께 지내다가 저녁에 오곤했었다. 그런 생활은 주말과 일요일에 국환된 게 아니었다. 평소에도 저녁에 모임이 있으면 나갔는데 그것이 아픈 상태에서도 계속된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지금의 상태에서 그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불러냈다.

"병원가는 기념으로 보신을 시켜줄테니까 나와 봐!"

"어짜피 병원가면 한 동안 못 볼텐데 까짓거 소고기로 보신을 좀 하지 뭐!"

하지만 아내가 빈자리가 많으면 내가 더 일을 해야만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지 않아고 검사를 받으러 하루에 두 번이자 충대 병원에 데리고 갔다고 데려오는 일이 반복되어 평일에도 시간을 낭비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내게 보란 듯이 쏘다니는 아내였다.

56. 내가 탁구를 치러 이틀에 한 번씩 탁구장에 가는 건 운동을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내가 하루가 멀다고 여길 정도로 나가는 건 먹기 위한 모임의 형태다. 여기서,

'아내가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 나처럼 탁구장에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우려를 하기에 이른다. 그럴 경우,

'지금처럼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라고 섣부른 짐작이 든다.

상 놈의 새끼 : "'과연 그럴까?"

개 팔자 : "뭐가?"

상 놈의 새끼 : "병에 안 걸린다는 얘기말야. 체력적인 운동을 많이 하면 정말로 병에 걸리지 않는냐고..."

개 팔자 : "나처럼 놀고 먹는 개 팔자가 그런 걸 상관하면 뭐 하겠어! 그냥 놀며 갈며 팔자 좋게 살면 되지!"

신중한 사람 : "그렇게 아무렇게나 살면 결국에는 언제 황천으로 갈지 알 수 없게 된다. 너?"

깔끔 녀 : "그래 더무 더러워! 아무 곳에서나 먹고 싸면 생명에 단축될 수 있고... 개 팔자려니 여기고 인생 함부로 살면 결국에는 일찍 죽는다고...'

개 팔자 : "내가 일찍 죽을지 아닐지는 두고봐야만 하는 경우고... 그렇다고 니들이 나를 위해 하나라도 도와 준 적이 있어? 없잖아? 그럼 상관하지 말라고... 남의 집 제사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고 참견할 정신이 잆으면 니들 할 일 들이나 죄다 다 하고 살라고..."

상 팔자 : "지 잘났다고 떠들고 지랄들인데 누가 말려!'

57. 아내는 자신의 유방암 발견으로 인하여 변화를 갖는 듯했다. 어떤 때는 약한 마음을 갖고 있어서 너무도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로 모든 걸 포기하는 듯도 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살아야 한단ㄴ 사실을 강조하였다.

세탁기 사용방법, 쌀로 밥 짓는 방법, 빨래 너는 법, 반찬 만드는 법, 냉장고에 저장해 둔 음식들 있는 장고...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모두 내게 세뇌시키듯이 얘기를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여벌로 듣곤한다.

"알았어!"

내가 하는 말은 늘 그랬다.

"빨리 오기나 하라고... 혼자 버틸테니까!'

아내가 없는 순간을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런데 수술 후 2주 동안 입원해 있는 걸 염두에 두는 듯 싶었다. 그래서 그런 온갖 고민을 시시콜콜 하다보니 밤에는 잠을 설쳐서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 이틀 계속 수면부족으로 읺여 면역력도 떨어지는 듯 싶었다.

"잇몸이 아파! 먹을 걸 못 먹겠어요!"

"각종 사를 받으려니 이상하게 지치고 힘들어서 자꾸만 살아 있는 게 이상할 정도로 느껴지고... 힘들어져서 몸이 지쳐버리는 느낌이 들어요."

그렇게 보지 않았지만 가끔은 엉뚱한 말을 했다.

58.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도 포기하지 않고 의욕을 갖고 새로 시작하게 되면 진척이 나타나게 되는 걸 실감한다. 이번에 만드는 기계에서도 해드부분을 마치지 못한 상태였었다. 특히 밀어더 닫는 날개가 있는 부분도 전혀 작업하지 못하고 빠트린 상황이었다.

'아이고, 이 노릇을 어쩌면 좋아!'

'잊고서 빠트렸으니... 다시 시작하면 많은 시간이 걸릴텐데...' 하면서 절망을 하였는데 하루만에 완성하고는 겨우 안심을 하였다.

'이렇게 안 된다는 일을 그나마 새로 시작하기만 하면 바로 성과가 나타나는구나!'

놀라운 점음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늦었다고 생각해도 시작만 하면 결과가 나타나는 건 그야말로 시간 문제였다.

59. 거래처에서 만난 친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B.Ch.S. 대구, 부산이 연고지다. 그런데 남자였지만 유방암에 걸려서 수술을 받은 뒤부터 체력이 떨어져서 일을 하지 못하고 그만 직장을 그만둔 체 집에서 지내는 듯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끔씩 연락이 오는데 부조금과 부의금에 관내 거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거부하지 않고 돈을 보내야만 하는 건 인지상정이여서 일까? 그가 싫지만은 않았다. 그의 인생에 나와 만난 건 얼마되지 않았지만 적잖히 도움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공장장으로 있던 그가 옮겨 다닌 새로운 공장에서 내게 기계를 맞출도록 유도했었다. 그러다보니 인연을 쉽게 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직장에 다닐 수 없는 처지로 유방암 이후 생활력이 없어 졌다고 그런 식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날렸지만 그걸 거부하지 않았을 정도로 친근한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못잊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