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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오리 (2)
13. 우리 사랑... 13-3. 우리 사랑 좋을시고!(3) 1
2005.03.01 19:29
1
“신부 입장!”
웨딩 마아치(wedding march.결혼행진곡)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꽈배기처럼 만난 여자가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큰 오빠와 출입구로부터 걸어 들어오고 있다. 나를 향해.....
그 발걸음 끝에 유년기의 구식 결혼은 깡그리 바닥에 깔려 짓 밟혔다. 나의 마음은 아직도 구식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럴만한 장소와 시대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꿈처럼 아련하던 새색시의 모습은 완전히 뒤바뀐 이질적인 여인으로 변신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향해 걸어 왔다. 어느 듯, 그녀를 부여잡아야만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예식장에 모인 일가친척들도 눈부신 백색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바라보고 침묵을 지켰다.
나는 앞으로 몇 발자국 걸어 나가 손위 처남이 될 사람이 쥐었던 손을 승계 받고 예식장에서 연결해 준 낫살은 주례사 앞에 선다. 주례 볼 사람도 없어서 돈으로 샀던 것이다.
“신랑 신부 맞절!”
사회자의 낭랑한 음성. 그는 6 촌 형제 중 하나다.
우리는 몇 발자국 떨어져서 허리를 구부려 절을 한다.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으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아, 왜 이렇게 이질적인 느낌이 들까? 마음은 즐겁고 더할 나위 없이 기쁘지만, 이상하게도 서로 모르는 사람만 같다. 그렇지만, 결혼은 인륜대사(人倫大事)가 아니던가!
“에,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어쩌고저쩌고…… 아들 딸 더도 말고 들도 말고 똑 같이 생긴 놈으로 딱 둘만 낳고……”
주례사를 하고 있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예식장에서 좀 학식이 있고 점잖은 사람으로 정하여 주례를 맡긴 모양인데, 하는 말이 가관(可觀)이다.
모두들 소리 내어,
“와 하하핫!” 하며 떠나 갈 듯 웃는다.
나도, 속으로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잘살면 그만 그게 최고입니다!”
그렇게 주례사가 끝나고,
“신랑 신부 행진이 있겠습니다!”하고 사회자가 서둘러 끝을 냈다.
다음 순서가 기다리고 있는지 현관 밖에는 벌써 다른 사람들이 혼잡하게 서성이고 있기 때문이다. 1시간 간격으로 계속되는 예식으로 우리는 앞서 있던 순서와 혼선을 빚었었다.
일요일 하루에 한 예실(예실)에서 여러 개의 행사를 치르려다 보니 서로 갈팡질팡 뒤 섞이면서 혼선을 빚는 것이다. 항상 그랬으니까.
아내 될 사람과 뛰듯이 행진을 끝내니,
“신랑 신부 빨리 와서 사진 찍어요!” 하고 사진사가 정신없이 차려놓고 부른다.
“자, 신랑 신부 관계되는 분들 빨리 나와 사진들을 찍으셔요!”
사진사는 그렇게 소리치면서 한 장에 삼만 원 씩 하는 사진을 열 장 가량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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