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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장

2012년 2월 23일의 대구 출장은 '오산 출장'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기계를 납품하고 한 달만에 무려 세 번씩이나 A/S를 다녀와야 했으므로... -본문 중에...-

대구 출장 (8)

2009.05.16 09:21

文學 조회 수:3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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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출장 중에 영남 대학교에서 과거의 기억을 떠 올릴 수 있었다는 점은 너무나 감개무량한 따름이었다. 기억이 1980년 5월 광주사태로 거슬러 올라가서 계업군으로 영남 대학교 캠퍼스에서 상주하면서 주야로 정문과 후문에서 보초 근무를 서면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로 충만하였었다. 그 시대에 계엄군서의 위상은 마치 꺼져가는 이 나라의 불꽃을 다시 살려야만 한다는 된 것처럼 위대한 젊은 영웅이었다. 국가의 전복을 시도하는 폭력집단과 대치하는 계엄군이라는 사명은 긍지를 느끼기에 충분했었다. 어쩌면 그 위상이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았던 것인지도 몰랐으니까? 연일 어지러운 폭력과 광분에 찬 폭도들이 군인과 대치하는 중에 광주에서는 결국 군과 경찰이 시내에서 철수하여 외각에서 사태를 관망하게 되고 부법천지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각종 유언비어가 돌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신문 방송이 들렸지만 우리들은 전혀 그런 내용을 접할 수 없었다. 대신에 근거도 없는 유언비어가 난부하였던 것은 그나마 피끓은 젊은이들의 충성스러운 마음에 일종의 파문과도 같은 혼란을 주웠었는데...
  "공주에서 군인들에게 여학생이 가슴이 총검으로 도려냈다는군!"
  "광주의 씨를 말리려고 공수특전단애들이 출동했다는데... 그리고 무자피한 폭력과 잔인한 군화발로 여자들이 짖이겨지고 강간당하며 절규했고..."
  출처도 모르는 유언비어가 어지럽게 군인들 사이로 퍼졌었다. 그것은 그야말고 정신적인 혼란이었다. 마치 공산주의가 자기들의 사상을 쇠뇌교육을 시키는 것처럼 대구의 시민과 그곳에 계엄군으로 파견된 군인들에게 소나기처럼 퍼부었던 것이다.

  시간은 다시 큐피트의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 29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조그만 기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면서 주문 받은 기계를 조립하며 시간에 쫒겨 살고 있었다. 일하는 동안 만큼은 내 주위의 시간이 제 위치에서 정확하게 나를 향해 돌아가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만약 내가 죽어버린다면 이 시간이 여기에서 멈춰 버리는 것은 아닐까?
  몇 일 전에 대구 출장중에 영남 대학교 캠퍼스를 야간에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왠지 모르게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죽음이란 곧 내 주위의 사물이 시간과 함께 멈추고 끝나 버리는 것같았다.
  왜 갑자기 삶과 죽음에 대하여 심오한 철학자가 된 것일까?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과 내 것이라고 여기는 기억들이 영화관에서 화면이 꺼져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생각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려니...
  내가 갖고 있는 내 안의 우주도...
   그토록 추구하며 소유코저하던 내가 갖고 있는 사소한 것까지도 모두 내 것이 아닌 게 죽음이었다.
  그리하여 죽음 직전까지 내 것이라고 안달을 하며 움켜 쥔들 무엇하리! 그것이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아무 것도 없음인데...

 
Fiction 20) 죽음에 대하여...
  안 노인은 새벽녁에 눈을 떳다. 그는 골방의 어둠컴컴한 구석에 자신의 잠자리가 있었지만 어젯밤에 꿈자리가 뒤숭숭하여 설잠을 잤다. 요즘들어 통 잠이 들지 않았으므로 밤이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궁실맞게 앉아서 바느질을 하여 웃옷의 터진 부분을 꿰맨다. 듬성듬성 바늘도 꿴 자국이 드러나고 실도 색깔이 맞지 않아 옷을 입었지만 바늘질을 한 자국이 확연이 띄였다. 그렇지만 오래전부터 입고 있던 옷이여서 몸에 잘 맞는 느낌이 들었다.
  "됐다! 흥, 이렇게 좋은 걸 왜 버려..."
  그는 올 해 여든 두 살이 되었으므로 아직도 아흔까지는 넉근히 살 수 있으리라고 자신하였다. 아마도 지금까지와 같이 건강만 유지한다면 적어도 사느데는 아무런 염려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늙은이들이 그렇듯이 아룻밤 사이에 생과사는 문지방을 넘는 것처럼 지척임을 그는 알지 못했다. 그가 오늘 죽는다는 사실조차 어찌 알기야 했겠는가! 적어도 저승사자가 자신의 주위에 맴돌고 있었지만 그것이 하루 이틀은 아니었다.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겨왔던 늙은이의 추잡한 생명을 한 순간에 붙잡아 갈 수 있는 저승사자에 대하여 그는 추호도 겁을 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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