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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자동차

고장난 자동차 (20)

2007.03.19 07:59

문학 조회 수:2997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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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 리데나(오일바킹)를 교체하려면 스프링을 빼내서 2센티 정도 절단하세요!"
  B 라는 사람이 자세하게 전화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내용을 가만히 귀담아 들으면서 주의 사항에 대해서는 거듭 물었는데, 어찌보면 그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간단한 것이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의외로 장황했다.

  B 에게 어제 밤에 중고 차량을 구해 달라고 전화로 부탁했었지만 다음날 나는 생각을 바꿨다.
  돈의 여유가 없음을 절감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최소한의 비용으로 고장난 자동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왕 공업사의 C 에게 전화를 하였고 그가,
  "엔진 내부에 피스톤이 이상이 생겨서 가스가 새더라도 하부의 엔진오일과는 무관한데요!"
  하는 말을 듣고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은,
  '어제 리데나를 잘못 교체하였구나! 음, 오늘 다시 한 번 시도를 해 봐야겠다.'
  하고 앞서 판단을 하였다. 그리고 B 에게 전화를 하였던 것이다.
  "어제 중고 차량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냥 두셔요!"
  "예..."
  그는 성격이 무척 좋은 듯 싶었다.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음성은 침착했으며 싫어하는 내색이 전혀 없었다. 나는 한 번도 얼굴을 보지 않았지만 아내의 말을 듣고 집안의 재산 관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너무 좋구나! 그러니까 아직 셋방 살이을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 부인은 호인이야 호인요! 사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지..."
  "어떻게 좋은데?"
  "대전광역시 판암동 아파트에 살 때, 가끔 놀러간 적이 있어서 알죠! 영훈네 엄마 친구라고 해서..."
  "그래, 어떻게 좋은데?"
  "부업 일로 미싱을 하청 받아 하고 있는데 가끔 찾아가면 무엇이건 친절하여 사람이 좋아 보인다 생각했었지요! 남편은 카센타를 하는데 아직 셋방 살이를 하면서..."
  "음, 그런 사람들이 못살더라... 카센타도 몇 년 하다가 문 닫았다고 했지! 언제가 전화를 했더니 마전가는 곳에 위치한 B 급 정비소에 사원으로 근무한다더군!"
  그 것이 나와 연관된 몇 번의 내용들이었다.
  몇 년 전에 막내 동생이 화물차를 빌려타고 가다가 엔진오일이 부족하여 엔진을 통째로 교환하느라고 백 만원의 비용이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당황하여 엔진 전문가라고 하던 C 와 연락을 했었지만 나는 옥천의 한 정비업소에서 수리를 하고 말았었다. 이번에도 그 자동차가 고장이 나자 다시 전화 통화를 하게된 것이다.
  
  "엔진에서  밋션과 연결하는 축에 엔진오일을 세지 않게 끼워 넣는 리데나에서 기름이 마구 흐르는데 새로 교체하여야 겠어요!"
  "리데나 속에 있는 스프링을 꺼내서 중간 부분을 풀러서..."
  "예... 풀러서 절단하라고요?"
   나는 다시금 밋션과 클러치를 풀러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첫 날에 리데나를 교체할 때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으며 클러치를 풀러내고 리데나를 박고 다시 조립을 역순으로 진행하다가 클러치를 고정하는 여섯개의 볼트를 인팩으로 조이다가 그만 하나를 부러트리게 되었다. 클러치를 8mm 가세(가는)야마(나사)로 만들었는데 시중의 볼트 가게와 자동차 부속 가게에서는 팔지 않아서 일반적인 노란색의 8mm 볼트를 대신해서 조여 놓았었다.

  B 와 전화로 대화를 하면서 나는 온통 머릿 속에서 전날 밋션과 클럿치의 분해와 조립 과정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운행하던 차량이 고장으로 멈춰 있다고 볼 때 답답함은 형용할 수 없었다. 일요일에는 둘 째 외삼촌 둘 째 딸의 예식장이 충북 영동의 웨딩타운이라는 예식장에서 있다고 막내 삼촌의 연락을 받았었다. 그런데 차량이 없으면 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왔다. 어떻게 해서든지 차량을 수리하던가 새로 구입해야만 하는데 여유돈이 없으므로 고치는 게 상책 같았다.
  '흥 또 한번 리데나를 교체하는 게 최선이라면... 백 번이고 시도해 보자!'

  차량의 밑에 들어가 다시금 리데나를 교체하기 위해서 밋션과 클러치를 엔진에서 떼어내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왠지 이번에는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그렇게 생각이 들면서 손이 약간 떨리기 시작했다. 어서 리데나를 갈고 싶어졌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박혀 있던 리데나를 도라이버로 눌러서 빼냈다. 장갑을 벗은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클랭크 축과 연결되어 있을 회전축을 더듬으면서 약간의 흠집이 있음을 감각으로 찾아 낸 뒤에 페이퍼로 문질러서 전혀 긁힘이 없이 깨끗하게 닦아 냈다.

  마침내 청색 고무로 씌워져 있는 리데나를 끼울 차례가 되었다. 그러나 긴장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리데나에서 나를고 약해 보이는 스프링을 빼냈는데 너무나 약해서 느슨한 것이 역역하게 느껴졌다. 고무(바킹) 사이에 그냥 끼우면 꽉 끼이지 않을 것처럼...
  '아, 왜... 어제는 이것을 몰랐을까?'
  나는 미리 준비해 둔 전선을 자를 때 쓰는 리빠를 들고 1 센치 정도를 잘랐다.
  "톡!"
  스프링이 잘리면서 땅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어디로 간 것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우주선에서 우주복을 입고 유영을 하면서 우주선을 고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신중을 기했다. 특히 스프링의 끝부분이 뾰족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곳의 구분을 하였으며 리빠로 자를 때는 둥군 원형을 유지하도록 조심했다. 전날의 뼈저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다시 한 번 스프링을 짤랐는데 그 순간이 그렇게 길수가 없었다. 또한 여태까지 그렇게 감격스러운 순간이 있었는가 의심이 들 정도였는데 그 때 비로소 이번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탄력이 좋은 스프링을 다시 고무 바킹 사이에 끼우고 엔진의 뒤 부분에 박으면서 정말이지 최고의 행복을 느꼈는데 나는 그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성공을 자축하면서 아내와 술잔을 기울이며 축복을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내 가슴은 못난 나를 더 노력하라고 체찍질을 한다.

  지금의 불경기에서 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아내여,
  이런 못난 모습으로 몸부림을 치듯이 헤엄치고 있는
  나를 보는 당신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그러나 새로운 도약을 향한 최선을 다한 노력임을 믿어주오.
  무작정 돈을 쓰지 않고 현재를 헤쳐나가기 위해
  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되기에
  좀더 참고 인내할 뿐이고
  이것이 내일이 되면 발판이 될 수 있으며
  시련을 뚫고 나오는 고된 과정이며
  인내라는 사실을...
     
  그것은 절규에 가까운 나의 몸부림이었다.
  어쨌튼 차가 고장나서 직접 고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내 자신의 무능함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돈을 벌지 못하고 있으면서 무작정
  새 차를 고집할 수 없으며
  11년이나 되는 차량을 손수 수리하여야 하는
  어려움은 그나마 자동차를 수리한 직후에
  감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아내여, 당신과 건배를 하며
  비용을 절감하면서
  다행히 차를 고쳤다는 안도감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내 모습이 한없이 못나보여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 봅시다.
  우리가 헤쳐나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서
  좀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절약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내 육체의 고달픔이 아닌
  돈의 절약으로 인하여
  빚을 지지 않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내일을 사는 지혜임을 믿기 때문이오.

   2007-03-18 22:59:45 김태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