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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야생콩(4)
2004.10.14 12:47
![](./files/attach/images/48/413/014/sample_05tm.jpg)
길가에 군락지를 형성한 야생콩은 작고 연약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비료와 영양가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초라하여 사람들은 욕심을 내지 않고 그냥 두웠습니다. 그 탓에 영글 때가 되어 손에 쥐기만 해도 그만 터져버리고 맙니다.
손에 쥐어 약간의 힘을 주어도 벌써 왕성하게 터져 나오려는 욕구였기에 그 힘에 놀랍니다.
다 익은 콩껍질을 잡고 약간의 힘을 주워 비틀기만 해도 손 안에 가득찬 느낌으로 뜨겁습니다. 껍질을 벗으려는 콩들의 속삭임 소리였습니다.
"살려주세요!"
손을 펼치면 그곳에 옷을 껍질을 벗고 튀어 오르는 콩들의 탈출이 있으면 은근히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이 힘에 근원을 제공했다는 하느님 정도의 우월감일까요? 그렇지만 이 작은 생명의 근원은 사람보다 더 큰 뜻을 품고 있는지 모릅니다. 내년에는 또 다른 생명의 싹들을 피워 낼테니까요.
적어도 내가 콩껍질을 만졌건 그렇지 않았건 의식에 참여한 것은 아닙니다. 내 뜻과 다르게 이 씨앗들은 손아귀에서 튀어 오른 뒤 달아나면서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달아나세요!"
계속하여 이 기분에 취합니다. 한 번 두 번...
수 백 개의 콩껍질을 따내고 있자니 둑길을 따라 운동을 하던 동내 아줌마들이 물었습니다.
"뭐해요?"
"뭐하세요!"
내가 야생콩을 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묻지만 사실 봄이면 이 자리에서 달래, 냉이, 쑥이며 봄나물을 뜯던 아낙들입니다.
"콩따지요!"
그 말에 이내 화답이 들려 옵니다.
"야생콩이여서 못먹어요! 너무 잘아서..."
그렇게 친절하게 알려 줍니다. 사실상 그네들도 이 콩이 크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매일 지나다니다가 보았을테니까요? 그렇지만 그 위대한 산물이 내게 주는 속삭임 소리를 듣지 못하나 봅니다.
나는 그네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가 다른 콩껍지를 땄습니다.
"휴, 살았네? 고마웠요~"
"야, 해방이다!"
"꿈에 그리던 탈출을 도와주신 나의 신이여!"
"부디 행복하소서!"
그렇게 콩은 내게 희망과 용기와 고마움을 주는 듯했습니다.
둑 위에서는 개들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녁 운동으로 하천옆의 둑길을 가볍게 산책하다가 갑자기 야생콩을 발견하였고 호기심으로 꼭깍지를 따고 있었던 겁니다. 저만치 보이는 내 집에서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개밥을 쥐들이 넘보며 찾아 왔을 지도 모릅니다. 도둑맞을 것을 걱정스러워하며 베리,똘망이가 짖기 시작했습니다. 개들을 풀어주고 집으로 뛰어가는 그 뒤를 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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